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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 (목)

‘눈물의 세일’ 벤츠 9000만원 깎아줍니다, 안 팔려도 너무 안 팔리는 수입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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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E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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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판매 성장세가 확 꺾이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불경기가 지속되는 영향이 크지만 벤츠·BMW·아우디 등 주요 수입차 인기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산차 대표 브랜드인 현대차·기아 상품성이 과거보다 크게 올라갔고 제네시스란 고급 브랜드까지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잡아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주요 선택지로 부상한 영향도 있다. 수입차 업계는 최대 9000만원 이상의 ‘눈물의 세일’ 공세를 펼치며 판매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수입차 기업은 고금리 여파로 수입차 소비가 크게 감소한 분위기 속에서 강달러 여파로 해외 본사에서 차를 수입해 들여오는 데 따른 비용 부담까지 늘어나는 등 이중고를 안고 있다.

20% 할인은 기본…마이바흐도 자존심 버렸다
신차 구매 정보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벤츠와 BMW가 신차 10종을 20% 이상 할인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일한 기간에 수입차 전체에서 딜러가 제시하는 20% 이상의 할인을 실시하는 브랜드는 아우디 단 1종이었다. 올 들어 판매 상황이 악화하자 총 10종의 고급 수입차가 대규모로 세일 대전에 뛰어든 것이다. 수입차 1·2위인 두 기업이 20% 넘는 할인을 제시한 것은 드문 일이라고 업계 사람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과거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유지를 위해 할인에 비교적 보수적이었던 메르세데스-벤츠까지 큰 폭의 할인 경쟁에 뛰어든 점이 눈에 띈다. 최상위 브랜드인 마이바흐까지 할인 대열에 동참했다. 마이바흐는 웬만한 신차 가격이 약 4억원을 육박하는 초고가 차량이다. 그만큼 할인되는 가격 규모도 상당하다.

마이바흐 S 680 4매틱(MATIC)은 출고가보다 약 9000만원을 할인하고 있다. 한국은 벤츠 마이바흐가 중국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나라로 꼽힌다. 벤츠 최고급 모델인 S클래스도 17%가량 가격을 낮춰 판매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인기가 한풀 꺾이면서 특히 전기차에 할인이 집중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겟차와 딜러사에 따르면 벤츠 중형 전기차 EQE 시리즈 일부 차종은 최대 24%, 대형 전기차 EQS는 최대 21% 할인해 판매되고 있다.

보통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구매할 때 정부 보조 지원금을 고려한다. 이 같은 고급 수입 브랜드의 전기차는 정부에서 정해둔 보조금 지원 상한선을 뛰어넘는 초고가다.

차 가격이 8500만원을 넘어가면 정부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수입 브랜드에서 자체 할인을 대대적으로 실시해 판매량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벤츠를 꺾고 2015년 이후 8년 만에 수입차 1위 자리를 다시 차지한 BMW의 할인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벤츠와의 차열한 경쟁에서 ‘왕좌’를 지키기 위한 공세다. BMW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X3M 시리즈 일부 차종은 최대 22% 할인해 출고가보다 약 3000만원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식 변경 모델이 출시된 영향이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큰 폭의 세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우디도 인기 차종인 준대형 세단 A6에 대해 17%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전기차 이트론 일부 차는 20%까지 가격을 내렸다.

수입차 기업은 할인 정책을 전적으로 딜러사 재량에 맡기고 있다.

정유철 겟차 대표는 “차종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수입차 브랜드들이 판매 활성화를 위해 할인 프로모션을 강화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라면서 “수입차는 딜러사에 따라 가격이 많이 다르니 할인율을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살 사람은 다 샀다” 인기 ‘뚝’ 수입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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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수입 승용차 누적 등록 대수는 10만352대다.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2019년 같은 기간 8만9928대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수입차 브랜드별로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은 렉서스, 토요타, 미니 등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판매량 1위는 BMW로 총 2만8948대를 판매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2000대 더 적게 팔린 수치다. 2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선 약 5000대 줄어들었다.

2위는 메르세데스-벤츠로 올해 1~5월 총 2만3350대를 판매했다. 벤츠 또한 전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가 4000대가량 감소했다. 매해 두 자릿수의 판매 성장세를 보였던 볼보도 올 들어 판매 성장이 꺾이기 시작했다. 볼보는 올해 5월까지 5733대를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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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포드 대리점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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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판매 성장이 멈춘 것은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지속된 이유가 크다.

수입차 판매 감소는 국산차 대중 브랜드보다 가격대가 높아서 금리가 상승하는 영향을 직접 받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고물가일수록 대중브랜드, 국산차, 실용성을 겸비한 제품에 구매가 몰린다”라면서 “현대차와 기아도 국내 판매가 주춤하지만 수입차보다는 나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전시장을 찾는 고객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확연히 줄었다”면서 “주문대기 물량까지 크게 줄고 있는데 이 상황이 달라질 기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들어 전기차 인기가 꺾이면서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국내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는 점도 영향이 있다. 비교적 수입차는 국산차 대비 제품군이 빈약하다는 점에서다.

제네시스를 대표로 한 고급 국산 자동차가 수입차 대체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수입차 업계에서 눈에 띄는 신차 출시가 뜸해진 상황에서 상품성 개선 모델을 앞세워 제네시스가 입지를 더욱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두색 번호판 영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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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번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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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시행된 ‘연두색 번호판’ 제도도 수입차 판매를 끌어내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취득가격이 8000만원 이상인 승용차를 법인 명의로 등록하면 의무적으로 연두색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 사적으로 법인차를 이용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지난해 판매된 수입차 10대 중 4대는 법인 명의로 등록됐는데, 평균 판매가격이 높은 브랜드일수록 이 비중은 더 높다. 지난해 포르쉐의 법인 등록 비중은 61%, 메르세데스-벤츠는 53% 등으로 집계됐다.

KAIDA 자료에 따르면 8000만원 이상의 수입 법인차 등록 대수는 3868대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5636대 대비 1768대(31.4%) 감소한 수준이다. 세금 혜택을 얻기 위해 고가 수입차를 법인차로 구매했던 사람들이 연두색 번호판을 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구매를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두색 번호판 제도로 고가의 법인차 등록 대수가 감소하면서 전체 수입차 판매량에서 법인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올해 들어 수입차 중 법인차 등록 비중은 3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피하기 위해 올해 초에 인도받을 차량을 지난해 말에 앞당겨 받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수입차 판매 하락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수입차 시장에서 나 홀로 웃고 있는 브랜드도 있다. 지난해 5000만원에 SUV인 모델Y를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켰던 테슬라 이야기다.

KAIDA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1~4월 누적 7922대가 판매됐다. 모델Y가 출시되기 이전인 전년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 판매가 늘어났다. 테슬라는 지난해부터 국내 판매량이 급증한 데다 올해 들어 가격까지 인하하면서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수입차 판매 순위 3위다. 전기차라는 단일 파워트레인으로만 이뤄낸 성과로 4위 볼보와의 격차도 2배 이상이다.

테슬라는 충성 고객층을 다수 보유한 데다 최근 페이스리프트로 재탄생한 모델3가 높은 관심을 받고 있어서 지속해서 인기를 누릴 것으로 점쳐진다.

대다수 수입차 브랜드의 인기 하락에 일부 브랜드에선 ‘한국 시장 철수설’까지 돌고 있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포드코리아)는 철수 등 다양한 방안을 두고 한국 사업 방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처럼 지속해서 국내 시장에 포드 브랜드 차량을 팔지만 본사 판매가 아닌 국내 딜러사를 통한 판매 방식으로의 변환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코리아가 국내 사업 재검토에 나선 건 판매량 하락이 두드러지며 수입차 시장에서 브랜드 존재감이 미미해진 결과다. 포드코리아는 국내에서 고급브랜드 링컨과 포드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링컨은 지난 연말 출시한 신차 노틸러스로, 대중브랜드 포드는 올해 초 선보인 머스탱 신차로 판매량 반등을 노려왔다. 그러나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KAIDA에 따르면 포드코리아는 2016년 시장점유율 4.98%를 기록한 후 하락세를 보여왔다. 올해 1~5월 포드코리아가 국내에 판매한 차량은 총 1629대로 전년(1844대)보다 더 하락했다.

철수설이 돌았던 영국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 재규어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를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재규어는 2025년부터 본사 직접 판매 방식으로 신차 유통 전략을 완전히 바꾸고 한국에 재진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우디,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등도 한국 사업을 총괄하는 CEO를 교체하며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원래 수입차 시장은 벤츠, BMW 2개 회사가 점유율 50% 이상을 가져가는 시장으로 굳혀졌는데 이 2개 브랜드마저 판매가 줄고 있다”면서 “그 외 브랜드 상황은 더 심각한 만큼 출혈 마케팅 경쟁이 불붙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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