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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한국에서 무슨”…무모한 창업 뛰어든 20대, 10년도 안돼 우주에 위성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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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첫 초소형위성 띄운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
천문우주학 대학원생 시절
연구용 위성부품 제작 창업
임무설계부터 데이터 분석
亞 첫 NASA위성목록 등재


매일경제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가 부산 본사 클린룸에서 인공위성 부품을 옆에 두고 사진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나라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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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와 건담에 빠진 소년은 우주를 꿈꿨다. ‘취업하기 어렵다’는 주변의 우려에도 꿈을 놓지않고 선택한 전공, 멀게만 느껴졌던 우주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가 20대 중반에 설립한 우주 스타트업은 10년이 채 되지 않아 한국을 대표하는 인공위성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최초로 상업용 초소형 관측 위성 발사에 성공한 나라스페이스 박재필 대표(35)의 이야기다.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로 진학한 박 대표는 대학원생 시절 사업을 구상했다. 당시 연구용 위성 부품은 모두 해외 업체로부터 조달해야 했는데, 대부분 대학생·대학원생이 주축이 돼 설립한 회사였다. “연구를 하면서 이 정도면 못 따라갈 만한 기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우주는 멀지만 기술 격차는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죠.”

20대 대학원생의 창업을 두고 주변에서는 무모하다고 했다. ‘한국에서 무슨 우주 스타트업이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기존에 국내에서 우주 산업에 종사하던 분들이 가장 회의적이었어요. 지금까지도 ‘아직은 우주 산업에 스타트업이 나설 때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죠.”

인공위성 부품 제작으로 사업을 시작한 나라스페이스는 점진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현재는 초소형 위성의 시스템과 부품을 직접 제작하는 동시에 위성 데이터 활용 플랫폼을 제공하는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났다. 위성 임무 설계부터 데이터 수집, 데이터 분석까지 전 과정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공위성으로 확보한 정보는 국방뿐 아니라 농업, 금융 등 산업 전반에서 활용된다. 특정 대륙의 농작물 작황을 위성으로 파악해 곡물 가격을 예측하거나, 특정 지역 유류 창고의 재고 수준을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데이터는 증권·금융업계의 파생상품 거래에도 쓰인다. 박 대표는 “인공지능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0.5m 크기의 지상 사물까지 분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며 “우주에서 취득하는 정보는 지금껏 얻지 못했던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했다. 나라스페이스의 기술력은 국제무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 3월 아시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간하는 저궤도 초소형 위성 목록에 등재됐다.

박 대표는 국내 우주 기술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의 우주 기술 수준이 높은 편이지만, 주변국은 훨씬 높습니다.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모두 우리보다 앞서 있죠. 북한조차 발사체 기술은 우리보다 경험이 많죠.”

안보는 물론 경제적 중요성도 높다. 특히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우주기술은 필수라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해외 상황에 민감합니다. 밀, 콩, 옥수수 같은 주요 작물을 대부분 수입하는데, 이상기후나 전쟁 등으로 수확지가 타격을 입으면 즉시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최근 몇 년간 직접 겪었잖아요. 이런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하려면 위성 데이터가 필수입니다.”

박 대표는 최근 출범한 우주항공청이 우주 스타트업의 요람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우주 기술 발전을 위해선 국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나라스페이스같은 민간 스타트업이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궁극적으로는 우주 기술 분야에 다양한 스타트업이 등장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우주 스타트업은 그 어느 분야보다도 수익 모델을 확립하기가 까다로워 초기 생존에 국가 지원이 필수죠.”

나라스페이스는 이르면 올해 말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GPS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됐잖아요. 언젠가는 GPS처럼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우주 기술을 개발하고 싶어요. 단기적으로는 5년 이내에 100개 안팎의 위성을 띄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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