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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두 분 싸우지 말라고 여기 앉는거에요”...한·원 사이에 나, 냉기만 흐른 첫 합동연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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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논란發 갈등 갈수록 격화

논란이후 후보 4인 첫 대면해
韓 “인신공격으로 내부총질만
대표 돼도 영부인과 대화안해”
문자유출 놓고 정치공작 의혹

元측 “당무개입론 野 명분줘”
사실 확인없이 해당행위 비판
羅 “韓측 연판장 호소인” 저격


매일경제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나선 한동훈·윤상현·나경원·원희룡 후보(왼쪽부터)가 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 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마친 뒤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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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에요, 얼음. 두 분 싸우지 말라고 제가 가운데 앉아있는 거예요.”

8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와 당 대표 후보 간 간담회장에는 싸늘한 냉기가 흘렀다.

서병수 선관위원장이 “후보님들 말씀 좀 나누라는데 그만해도(비공개로 전환해도) 괜찮겠나”라고 하자 나경원 후보가 홀로 입을 열었다. 나 후보는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 사이에 앉아 “두 분 싸우지 말라고 제가 앉아있는 것”이라고 뼈있는 말을 건넸다. 한 후보는 유쾌하지 않은 표정으로 나 후보, 원 후보, 윤상현 후보와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한동훈 후보가 지난 1월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묵살했다는 의혹으로 시작된 책임 논란은 ‘당무 개입’에 이어 ‘제2의 연판장’ 사태로 비화되며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휩쓸고 있다. 특히 한 후보와 원 후보 간 공방은 되돌리기 힘든 감정 싸움으로까지 치닫는 모양새다.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은 친윤(친윤석열)계가 이번 문자 사태를 ‘기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후보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친윤계가 이른바 ‘정치 공작’을 펼쳤다는 것이다.

박정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자 유출 기획자가 누군지, 그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최고위원에 출마한 상태다. 그가 공유한 기사에는 ‘찐윤’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이 김 여사의 메시지를 한 의원에게 보여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친한’으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 역시 박 의원의 게시글을 공유했다.

이철규 의원은 이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이 의원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나는 누구에게도 (김 여사 문자를) 보내준 적이 없다”며 “문자가 5번이나 갔다는 것도 이번 사건 이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친윤계 인사들은 한 후보가 문자 사태를 김 여사의 ‘당무개입’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역공을 펼쳤다. 또 문자 유출 배경보다는 사실관계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은 “한동훈 후보는 무엇을 근거로 당무개입이란 말을 해서 민주당에게 국정농단이란 프레임의 명분을 주고 있는 건지 분명히 답해야 한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게 순서인데, 뜬금없이 내부총질을 하는 건 대체 무슨 맥락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한 후보의 행동을 비판했던 조광한 경기 남양주병 당협위원장도 “이 정도 의견도 말할 수 없다면 우리당이 이재명의 민주당과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나”라며 “민주당의 개딸 정치를 비난할 수 있나”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전날 한 후보 사퇴요구 기자회견을 검토했던 인사들이다. 한 후보와 친한계는 이에 대해 ‘제2의 연판장’ 사태라고 규정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나경원 후보는 한동훈 후보 측이 ‘연판장’ 사태를 거론하는 데 대해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나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그 연판장과 이 연판장을 비교하는 게 상당히 불쾌하다”며 “현역 의원들이 한 것과 원외 위원장들이 하는 것의 폭발력은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후보가 언급한 연판장 사태는 지난해 전당대회 때 초선 의원 50여 명이 돌렸던 연판장을 의미한다. 당시 초선 의원들은 나 후보의 불출마를 요구하며 김기현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나 후보는 “그때 연판장을 주도했던 분들이 지금 한 후보 캠프에 가 계신데 연판장을 얘기하시니 참 할 말이 없다”며 “뭔가 피해자인 것처럼 말씀하시려고 하는데, 작년 연판장과는 다르니 연판장 호소인 같다”고 비판했다.

한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장동혁·박정하·김예지·김형동 의원 등은 모두 지난해 연판장에 서명한 인물들이다.

공방의 당사자인 한 후보와 원 후보는 이날 정견 발표에서도 서로를 에둘러 비난했다. 한 후보는 “우리는 분열하고 있지 않나”라며 “축제의 장이어야 할 전당대회에서 당 위기 극복과 전혀 무관한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내부총질하고 있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후보도 한 후보를 겨냥해 “최악은 우리 내부에서 싸우는 것”이라며 “우리끼리 싸우는 순간 국민들에 버림받는다”고 받아쳤다.

한 후보는 이날도 공적·사적 관계 분리를 내세우며 문자 사태에 대응했다. 그는 “당대표가 됐을 때도 당과 관련해 영부인과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원 후보는 문자 사태와 관련해 “오늘은 추가로 입장 밝히지 않고 기존 입장으로 갈음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전당대회가 이전투구 양상으로 흐르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제동에 나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금 전당대회 모습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공방으로 자해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후보자들 역시 대통령실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간 극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당내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전당대회 이후 분열을 수습하기 힘들어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옛날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의 싸움을 보는 것 같다”며 “이대로 가면 이기는 후보도 상처뿐인 영광을 얻는 데 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대표와 서 전 최고위원은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각각 1, 2위를 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치열하게 대립한 이들은 지도부 구성 후에도 사안마다 충돌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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