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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10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한 화장품株 “만리장성 넘어 美·중동으로” 수출 다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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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쇼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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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주들이 10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2014년 화장품 기업들의 주가 랠리가 중국 수출 모멘텀으로 인한 것이라면 최근 화장품 기업의 주가는 미국과 일본 수출이 떠받치고 있다. 중국 대비 중국 외 기초화장품, 색조화장품 글로벌 시장규모는 각각 3배, 7.5배 큰 시장으로 화장품 기업들엔 커다란 기회의 장이 펼쳐진 것이다. 10년 전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대형 화장품주들이 랠리를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OEM주와 관련 밸류체인 기업들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온라인 채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성능은 좋고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한국 화장품들의 판매가 크게 늘 수 있었다. 2023년 기준 한국, 중국, 미국 기초·색조화장품 시장 내 온라인 침투율은 56.7%, 48.4%, 30.5%에 달한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프라인 채널의 경우 한정된 매대 내에서 기존 제품들을 밀어내고 신규로 입점해야 하는 부담이 높은 진입장벽을 형성했지만 온라인 채널의 경우 적은 자본, 인지도로도 진출이 가능하다”며 “해외에서는 신규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소비재 기업들에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에서 화장품 판매 상위 제품은 거의 한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2025년 화장품 수출액은 올해보다 20%가량 늘어난 1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 가격과 최단 리드 타임 등 시장 트렌드에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으며 일본, 미국, 동남아 등 주력지역에서 성장성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중국시장 점유율도 하향 안정화되면서 주가 하방 리스크도 해소된 상태다.

중소형·ODM 실적 상승
중소형 화장품사들의 실적 증가로 오히려 밸류에이션은 최근 주가가 급등한 중소형 화장품들이 대형주보다 낮은 편이다. 메리츠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주가이익비율(PER) 25배가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상승 여력이 대형사 21%, 중소형사 53%로 나왔다.

이미 화장품주 랠리는 중소형사들이 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 백화점과 면세점뿐만 아니라 올리브영, 다이소 등 새로운 유통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제품력으로 승부하는 인디 브랜드들의 보폭이 넓어진 탓이다. 지난해에 이어 2024년에도 국내 인디 브랜드들은 혁신적인 제품과 독창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인디 브랜드의 성장은 국내 화장품 시장의 다양성을 증대시키고, 대형 브랜드와의 경쟁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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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메카코리아는 고가 제품 비중이 늘어나고 있으며 고객 및 품목 다변화의 효과로 안정적 실적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이다. 여기에 최근 해외법인 비용 축소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국내법인에서는 인디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으며 글로벌 유수고객사를 계속 유치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울타뷰티(UltaBeauty) 채널로 주로 납품되는 제품이 많은데 기술력을 기반으로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색조화장품으로 유명한 롬앤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아이패밀리에스씨는 올해 해외매출이 76%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롬앤은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 중동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색조 전문 ODM 업체인 씨앤씨인터내셔널은 고가 제품이 늘어나고 품목이 다양화되면서 생산시설 증설로 매출이 늘어날 수 있는 여건을 가졌다. 미국 유럽에선 대형 브랜드들을 고객사로 유치하고 있고 아이메이크업과 더불어 블러셔 등의 제품군도 확대하고 있다.

클리오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으며 색조뿐만 아니라 기초 품목도 강화하고 있다. 페리페라 브랜드에 기초부문에서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구달과 더마토리 역시 클리오의 성장 동력이다. 또한 판매 채널 효율화를 통해 판촉 비용을 줄이고 있는데 국내에선 다이소, 미국에선 타깃, 일본에선 세븐 등의 새로운 판매처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1위 화장품 ODM 업체 코스맥스는 올해 영업마진 10%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2%, 26%가량 올 2분기 늘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브랜드가 아시아 물량을 확장하면서 수혜를 받기 때문이다.

10년 전 중국 시장 성장에 따라 빠른 성장을 하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역시 최근 중국 비중은 줄이고 오히려 올리브영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올리브영은 2023년부터 온라인몰에 프리미엄 화장품 전문관 ‘LUXE EDIT’를 운영하고 있는데, LG생활건강의 ‘더후’는 4월 말,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5월 초에 입점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새로운 유통 채널에 집중하고 중국 의존도를 줄이면서 반전의 계기를 모색하고 있다. 면세점, 백화점처럼 수수료를 많이 내야 하는 채널을 줄이고 올리브영이나 아마존과 같은 멀티브랜드숍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또한 에스트라와 헤라 같은 신규 브랜드를 일본에 추가 진출하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LG생활건강 역시 화장품 채널 전환 작업을 본격 진행하고 있다. 올리브영 판매 강화, 중국 오프라인 매장 축소 등의 움직임이 동반되고 있다.

일본 수출 모멘텀 브이티, 토니모리
브이티는 미국, 중국 외 일본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실적 성장을 이끌고 있는 기업이다. 1분기 리들샷 매출액은 365억원으로 2023년 연매출액 411억원에 준하는 매출을 기록할 회사의 매출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 돈키호테와 로손에 추가 입점하며 이미 한국에서도 다이소에서 리들샷 품절현상을 만들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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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샷’ 열풍을 일으킨 브이티는 지난해 455억460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235억5200만원)보다 93%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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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정 연구원은 “일본 매출 성장에 더해 한국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이 확인되고 있고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면세 매출의 80%가 리들샷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 타오바오글로벌 채널에서의 초기 물량 1만개가 완판된 점, 본격적 마케팅을 시작하지 않은 미국 아마존채널에서 리들샷 순위가 상승 중인 점을 감안하면 신규 국가에서의 성과가 추가적인 실적 추정치의 상향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토니모리의 주가 상승 이유 중 하나는 다이소 입점과 일본 판매다. 5월 다이소 입점을 시작으로 레티놀라인 온라인몰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수출 역시 긍정적이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토니모리는 지난해 2월 일본 5대 무역상사인 이토추와 공급계약을 체결해 현재 돈키호테, 잇코스메, 도큐핸즈 등에도 입점했다”며 “1분기엔 LOFT 버라이어티숍 60개 매장에 겟잇틴트 글레이즈밤이 입점했고 3분기에는 드럭스토어 웰시아(Welcia) 600개 매장에 모찌 토너가 입점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화장품 밸류체인 동반상승
10년 전과 비교할 때 이번 화장품주의 랠리에서 두드러진 차이점은 화장품 밸류체인의 동반 상승이다. 화장품 브랜드뿐만 아니라 유통 플랫폼과 화장품 제조사(OEM·ODM)들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통 플랫폼들은 K-뷰티 제품의 해외 진출을 돕고, 이커머스 발달로 글로벌 매출을 증가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플랫폼들은 마케팅 전략과 소비자 분석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 확대로 ODM사들도 해외 매출을 늘리고 있으며, 이는 제조사의 기술력과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실리콘투는 올들어 주가가 560% 오르면서 화장품 밸류체인의 저력을 보여주는 종목으로 부상했다. 코스닥 시총 11위로 안착한 실리콘투는 K-뷰티의 글로벌화로 앞으로도 실적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자사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160여개 국가에 K-뷰티 브랜드 제품을 수출한다. 증권업계는 실리콘투의 올해 예상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3.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뷰티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실리콘투의 전략적 마케팅 및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 확장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K-뷰티 산업의 성장에 따라, 실리콘투와 협력하는 브랜드사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협력 증가는 실리콘투의 제품 다양화와 시장 확장으로 직접 연결된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인 안착에 이어, 유럽 시장에서도 실리콘투의 매출이 고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유럽지사가 설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법인의 2024년 1분기 매출액이 23년 연간 매출액을 넘어섰다. 이는 실리콘투의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하며, 향후 아시아 및 중동 등 신규 시장 진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매출 다변화 전략은 실리콘투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K-뷰티 판매의 최전선에 서 있는 CJ올리브영 덕분에 CJ 주가도 상승세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올 들어 전년 대비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관광객들이 최근 면세점보다 로드숍 쇼핑을 선호하는 추세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출액 중 외국인 비중이 지난해 1분기 5%에서 올 1분기 15%로 늘었다”며 “올해 연간 매출액은 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화장품주에 투자하기 위해선 개별 종목 투자도 가능하지만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분산투자도 가능하다. NH아문디자산운용에서 운용하는 ‘HANARO K-뷰티’는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신생 ETF다. 1개월 수익률은 11.56%(6월 14일 기준)다. 구성종목을 보면 아모레퍼시픽(19.9%), LG생활건강(16.7%), 실리콘투(9.2%), 코스맥스(8.2%), 휴젤(7.1%), 한국콜마(6.2%) 등이 상위종목을 차지한다.

이에 비하면 TIGER 화장품은 대형 브랜드 화장품 비중이 적고 미용기기와 OEM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6월 14일 기준으로 에이피알(11.6%), 코스맥스(10.3%), 아모레퍼시픽(10.2%), 한국콜마(9.3%), 아모레G(9.1%), 브이티(7.8%)가 구성 상위종목이다. 6월 14일 기준 1개월 수익률은 13.7%, 3개월 수익률은 58%이고 전체 ETF 중에서 가장 높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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