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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사설]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없다”는 대통령실, 사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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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나란히 참석해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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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親尹) 성향의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한때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당대표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연판장을 준비했다고 한다. 지난 1월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 문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한 전 위원장이 무시해 사태 해결 기회를 놓치고 총선 패배를 야기했다는 이유였다. 일부 당대표 후보들은 이를 ‘해당(害黨) 행위’로 규정하고 당 윤리위의 징계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면 한 전 위원장은 대통령실과 친윤계를 겨냥, “과거 같은 연판장 구태를 극복하겠다”며 정면 대응 입장을 밝히는 등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분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일체 개입과 간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여사와 한 전 위원장 사이의 개인적인 문자 메시지가 전당대회라는 민감한 시점에 외부로 유출된 이유와 경위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이나 친윤 진영에서 의도적으로 흘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여당 지도부 거취 문제가 나오거나 당내 선거가 있을 때마다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 친윤계는 2022년 윤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혔던 이준석 전 대표 징계를 요구했고, 비대위 도입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작년 3월 전당대회 때는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나경원 후보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윤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다.

대선 때 후보 단일화 상대였던 안철수 의원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직접 “국정의 적”이라고 했다. 지난 1월엔 한 전 위원장이 ‘명품 가방’ 논란에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고 하자 대통령실이 사퇴를 요구했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김 여사 문자 메시지는 윤 대통령의 내락 없이는 외부로 나가거나 문제 삼기 힘든 일이다. 친윤 인사들이 앞다퉈 쟁점화하는데 대통령실이 관여하지 않았다니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총선 후 넉 달이 되도록 선거 패배 원인을 찾는 백서나 당 쇄신책 하나 내지 못하고 있다. 참패의 최대 이유인 윤 대통령 부부 문제는 건드리지도 못했다.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해 ‘2인 대표’라는 기이한 지도 체제도 한때 추진했다. 한 전 위원장이 김 여사 사과 문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건 잘못이지만 이를 이유로 계파 분란을 부추기는 것은 자해나 다름없다. 총선 패배 후 국정을 수습하고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할 당대표 선거가 연판장과 징계론이 난무하는 싸움판이 된다면 윤 대통령에게도 도움 되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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