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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한동훈 “이 시점에 ‘읽씹’ 논란 제기, 위험한 당무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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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정치 기본부터 다시 배워야”

나경원 “구차한 변명, 해당 행위”

윤상현 “여사 문자 응대했어야”

조선일보

김건희 여사와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뉴스1·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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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한동훈 후보가 6일 김건희 여사가 보낸 문자에 한 후보가 답장을 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대해 “이 문제를 제기하신 분들이 좀 자제하셔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런 얘기를 일부러 만들어내는 것은 비정상적인 전대(전당대회), 당무 개입으로 많은 분들이 생각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한 후보는 이날 유튜브 SBS 정치스토브리그에 출연해 이 같이 말했다. 한 후보는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혔다. 앞서 한 후보는 지난 1월 19일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사과 의향이 담긴 김건희 여사 문자 메시지를 받았지만, 답장하지 않았다.

한 후보는 “그 시점에서 저만큼 보수 정치인 중에서 공개적으로 여러 적극적인 방법으로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없었다”며 “일각에서 김건희 여사가 사과하고 싶었는데 제가 허락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황을 대단히 호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1월 상황은 김건희 여사 관련 사과가 필요하다는 민심이 크게 일었고, 총선을 지휘하는 제 입장에서도 (김 여사 사과가) 대단히 필요한 일이었다”며 “그래서 제가 공개적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했다”고 했다.

한 후보는 당시 대통령실에 김 여사의 사과를 강하게 주장했다는 점도 밝혔다. 한 후보는 “대통령실에 어떤 식으로든 사과가 있어야 된다고 (국민 눈높이 발언) 이전에도 얘기를 전달했다. 대통령실 공식 통로를 통해서”라며 “김 여사 문자는 1월 19일이었는데, (당시) 그런 문제 제기를 강하게 하고 있었고 대통령실은 저에게 (김 여사 사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말하던 상황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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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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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저는 총선에서 이기는 게 목표였고 그 리더였기 때문에, 이 이슈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국민 마음에 부합할만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대통령실에 요구했다”고 했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 영부인이 저에게 개인 문자를 보낸다면 제가 답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공적인 의사 소통과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사적인 방식으로 관여하려는 대화가 이뤄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제가 대답한 것이 공개된다면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께서 ‘문제를 이런 사적인 통로로 해결한다는 말인가’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는 “(김 여사가 보낸) 문자 취지 하나하나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만, (당시에) 사과를 하시면 되지 않느냐”며 “개인의 차원을 넘어선 당무, 정국의 문제였고,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 확실한 의사 표현 받은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 이후에도 저는 입장 바꾼 적 없고, (윤석열 대통령의 2월) KBS 대담을 앞두고서도 더더욱 그랬다”며 “(그런데 윤 대통령의 사과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7일 KBS 대담에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명품백 전달자의 만남 요청을)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후 지난 5월 9일 기자회견에선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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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7·23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오른쪽부터)·원희룡·윤상현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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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국민의힘의 다른 당권 주자들은 한 후보를 향해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원희룡 후보는 “정치 기본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고 했다. 나경원 후보는 “구차한 변명” “해당 행위”라고 했고, 윤상현 후보는 “문자에 당연히 응대했어야 한다”고 했다.

원희룡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에게 “김 여사의 문자는 (한 후보가) 잘 조율해서 지휘해달라는 것이고, 사과를 허락해달라는 이야기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한 후보를 향해 “선거 전략 차원에서, 당정 협의 차원에서 숙의해야 했다”며 “정치를 기본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고 했다.

원 후보는 “총선의 민감한 악재였던 영부인 가방 문제에 대해 대통령실과 당내에서 논의하지 않고 대답도 안 한 채 뭉갰다”며 “선거 참패로 출마자, 낙선자, 지지자, 대통령에게 얼마나 큰 부담을 줬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꾸 해독의 문제로 끌고 가는데, ‘처분에 따르겠다’는 김 여사의 문자 어디에 (사과)하지 않겠다는 뜻이 있는가”라고 했다. 당시 상황으로 볼 때 김 여사의 문자가 사과하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한 후보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나경원 후보도 이날 “한 후보가 구차한 변명을 계속하는 것 같다”며 “구차한 변명은 본인을 옹색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는 “명백한 한 후보의 잘못이고, 사실상 해당 행위”라고도 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으로서 윤석열 대통령과 활발하고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총선에 도움이 되도록 해달라는 역할이 있었을 것인데, 전혀 소통을 안 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미숙한 판단 아니었나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사적이든 공적이든 의견을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 정치”라며 “국민이 원하는 결론을 만들어서 선거에 도움이 충분히 될 수 있었을 텐데 미숙한 판단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이 가장 큰 이슈였고, 풀었어야 했다. 당사자인 영부인 문자가 왔으면 당연히 응대했어야 했다”고 했다. 윤 후보는 “사적, 공적 관계를 나누는 게 아니라 당사자 이야기를 듣고 머리를 맞대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윤 후보는 김 여사 문자 논란을 두고 한동훈·원희룡 후보가 강하게 부딪히는 데 대해 “한 후보는 사과하고, 원 후보는 조금 자제해야 하지 않겠나”고 했다. 그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다툼은 당을 분열시킬 공산이 크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후유증이 남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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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정치 리더의 조건'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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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김 여사가 디올백 문제를 국민께 진짜 마음 깊이 사과할 의향이 있었다면 왜 한 전 위원장 허락을 받아야 하느냐”고 했다. 유 전 의원은 “당과 상의할 수는 있지만 한 전 위원장이 ‘읽씹(읽고 무시)’했다면, (사과)하면 되지 않느냐”며 “본인이 그걸(사과) 하지 않은 것도 이상하다”고 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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