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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재협상 요구 가능성"…방위비 타결에도 '트럼프 리스크'는 여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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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임시 50억 달러로 인상 요구하며 주한미군 철수도 위협

올해도 방위비 계속 압박…美전문가 "전략자산 전개비용 등 요구 가능성"

연합뉴스

유세하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송상호 특파원 = 미국 대선을 한 달 앞두고 한미 양국이 4일(현지시간) 2026년 이후 적용되는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타결했으나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동맹의 대폭적인 방위비 부담을 강조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재입성 가능성 등에 대비해 이전보다 협상을 서둘러 시작했고 속전속결로 진행해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런 합의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할 경우 이번에 타결된 SMA를 그대로 두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전망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시 행보나 올해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발언을 토대로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었던 2019년 동맹국 등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한국에 기존의 6배 수준인 50억 달러(약 6조7천억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별다른 근거 없이 요구한 50억 달러는 한미가 이번에 합의한 2026년 분담금 규모(1조5천192억원·약 11억2천600만달러)보다도 훨씬 큰 액수다.

그는 2019년 백악관 회의 중에 "50억 달러 합의를 얻어내지 못하면 거기(한국)에서 나오라"고 말하는 등 방위비 인상 문제를 주한미군 주둔과 사실상 연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미국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한 옵션을 보고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초강경 입장 때문에 한미 양국은 트럼프 정부가 끝날 때까지 새 SMA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협정 공백 상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협상 공백 사태는 한미 양국이 이번에 조기에 협상을 시작한 이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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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협상 양측 수석대표
(서울=연합뉴스)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의 한미 양측 수석대표인 이태우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오른쪽)와 린다 스펙트 국무부 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 2024.10.4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도 유사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는 4월 말 인터뷰에서 한국을 '부자 나라'로 칭한 뒤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면서 한국이 분담금을 올리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타임지는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도 "그들(한국)은 우리의 조선 산업, 컴퓨터 산업 등 많은 다른 산업을 가져갔다"면서 "그들은 돈을 많이 벌었고 그들은 그들의 군을 위해 돈을 낼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주한미군 주둔에 대해 한국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 달 5일 대선 투표일까지 유세를 진행하면서 새 방위비 협상 결과에 대해 언급할지 여부 등에 우선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해리스 정부의 대외 정책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해왔던 만큼 바이든 정부 내에서 타결된 이번 협상이 미흡하다고 비판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나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자신이 재집권할 경우 SMA에 대해 재협상을 하겠다고 언급할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중에 언급하지 않더라도 재집권에 성공한 뒤 한반도 관련 정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SMA 문제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대선 판세는 그야말로 초박빙 접전 상황이라 트럼프 전 대통령도 여전히 50%의 승률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이날 연합뉴스서면인터뷰에서 "SMA의 조기 갱신은 동맹의 안정을 가져올 것이지만 정치적 혼란으로부터 동맹을 보호할 수 있는 트럼프 방어장치(Trump-proof)는 없다"면서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이기면 협정 조건을 재협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도 연합뉴스 서면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정, 중거리핵전력조약(INF) 등에서 그랬던 것처럼 SMA도 철회할 수 있다"면서 "또 군사 훈련과 미국 자산의 한반도 배치 등에 대해 한국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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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콘신서 대선 유세 하는 해리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절차적으로 보면 미국은 한국과 달리 SMA에 대해 의회 비준을 받지 않는다.

미국은 대통령이 SMA 협상 결과를 승인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재협상 요구도 가능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내년 1월에 취임하고 새 SMA는 2026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도 재협상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다만 한미 양국 정부가 합의한 사안을 미국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뒤집는 것이 갖는 정치·외교적 부담은 상당히 크다는 지적이 많다.

조약 동맹국인 한국과 한 공식적인 협상도 지키지 않을 경우 미국의 국제적 신뢰도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나아가 국무부가 공개한 제11차 SMA 전문에 따르면 SMA의 수정 내지 개정은 양측 당사자의 서면 합의에 따라 가능하도록 돼 있다.

미측 요구에도 한국 정부가 불응하면 실제 개정은 안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국의 새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방위비 추가 부담을 요구할 경우 한미 동맹 관계 차원에서 어느 정도 호응해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남는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등에 이번 협상을 포함해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 노력을 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한국을 모범적 사례로 이해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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