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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단독] 시청역 참사 운전자 “아파죽겠다”더니, 지인에 전화로 “이건 급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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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호소해 응급처치 받던 도중

동료와 통화… 병원 이송 25분 전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를 일으킨 차모(68)씨가 사고 당일인 1일 밤 병원으로 이송되기 25분 전, 응급처치 과정에서 지인에게 전화해 “형, 이거 급발진이야”라고 말했던 것으로 5일 나타났다.

당일 사고 발생 4분 뒤인 오후 9시 30분, 경찰·소방이 현장에 도착해 차씨에 대한 응급처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당초 경찰은 차씨에게 호흡 음주 측정을 하려 했으나 갈비뼈가 부러진 차씨가 ‘죽을 듯한 통증’을 호소해 하지 못했다고 한다.

차씨는 현장에서 약 44분간 응급처치를 받았고 오후 10시 10분 구급차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떠났다. 이 과정에서 버스 회사 동료에게 전화해 ‘급발진’을 주장한 시각은 오후 9시 45분이었다. 포괄적으로 보면 사고 현장을 떠나기 전 응급처치를 받는 와중 ‘죽을 듯한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통화는 했던 셈이 된다.

조선일보

경찰 관계자는 “음주 측정을 회피하기 위해 아픈 척을 했을 것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오후 10시 20분 서울대병원에 도착했고, 사고 97분 뒤인 11시 3분 음주 측정을 받았다.

서울 경찰청은 이날 출입기자단 공지에서 “사고 발생 전 웨스틴조선호텔 엘리베이터와 주차장 내부 감시 카메라 영상에서 부부가 다투는 모습은 없었다”고 했다. 차씨는 전날 경찰 조사에서 “부부 싸움에 대한 뉴스를 봤는데 전혀 말이 안 된다”고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아내 김씨도 최근 본지 통화에서 ‘부부 싸움 중 남편이 홧김에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일각의 풍문과 관련한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저희 부부는 성당에 꾸준히 나가고 착하게 살았다”고 했다.

사고 직전 차량 내부 블랙박스엔 라디오 소리와 함께 친오빠의 호텔 칠순 잔치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내 김씨의 목소리가 주로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음식이 참 좋았다’ 같은 아내의 말을 남편 차씨는 거의 듣고만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차씨는 차량이 행인과 차량을 연쇄 충돌한 뒤에 멈춰 선 뒤 ‘으으으’ 하는 신음 소리를 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는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딱딱했다”(차씨) “사고 원인은 기계 오작동”(김씨)이라며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일 급발진 판단의 중대 증거가 될 수 있는 스키드 마크(Skid mark·바퀴 밀림 자국)를 발견했다가 ‘기름 자국’으로 정정해 부실 수사 논란을 불렀다. 경찰은 이 자국이 차씨 차량의 부동액과 엔진 오일이라고 재확인했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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