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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현장의 시각] 고령 운전 전면 제한 VS 시니어 이동권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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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김양혁 기자.




서울시청 앞 역주행 교통사고 운전자가 68세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고령 운전’을 전면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시니어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70대 남성은 “젊을 때부터 교통사고를 한 번도 낸 적 없고 이제는 몸이 불편한 아내를 차에 태워 병원에 데려가는 일이 잦다”면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운전을 못 하게 해야 한다는 식의 분위기가 생기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키는 교통사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20년 3만1072건이던 게 2021년 3만1841건, 2022년 3만4652건이 되더니 작년에는 3만9614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고령 운전이 교통사고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이보다 운전 능력이 교통사고 발생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 2022년 서울대병원 운영 국립교통재활병원 연구진의 분석 결과, 75~84세 중 운전 능력 1~3등급을 받은 운전자의 사고 발생률은 60대 운전자의 사고 발생률보다 낮은 것으로 나왔다. 또 운전 능력 1~2등급을 받은 75~79세 운전자의 사고 발생률과 같은 등급을 받은 80~84세 운전자의 사고 발생률은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모든 고령 운전자에 대해 운전면허를 제한하는 것보다, 실질적 운전 능력을 꼼꼼하게 점검해 조건부로 운전면허를 제한하는 게 적합하다”고 결론 내렸다.

비슷한 취지의 대책이 이미 해외에서는 시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주에 따라 낮에만 운전하거나, 직장까지 운행만 허용하는 등 제한을 두고 조건부 면허를 발급해 준다. 또 일본은 지난 6월부터 신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 기능 설치를 의무화했다. 고령 운전자가 페달 조작을 잘못해 일으키는 사고를 막기 위한 것이다.

서울시청 앞 역주행 교통사고 이후 고령 운전에 대한 혐오를 나타내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누구든 언젠가는 고령 운전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 실정에 맞춰, 시니어의 이동권을 보장하면서 교통사고 발생에 따른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김양혁 기자(presen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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