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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스키드마크'라더니 30분만에 "기름자국"··· '시청역 사고' 경찰 수사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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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서 "스키드마크 확인했다"고 발표

브리핑 종료 후 "알고보니 유류물 자국"

스키드마크, 사고 원인 규명에 중요 요소

전문가 "허술한 발표··· 신뢰 잃을 수도"

경찰 "유류물 흔적 파악했지만 보고 안돼"

교통사고 피해자 1명 추가··· 사상자 16명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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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역 교통사고’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사고 현장 노면에 남은 타이어 자국이 스키드마크(Skid mark, 타이어의 미끄러진 흔적)인지, 유류물 흔적인지 혼동하는 등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발표해 혼선을 주고 있다.

3일 오후 2시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시청역 대형 교통사고와 관련한 2차 브리핑을 열었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현장에서 스키드마크가 발견됐나’는 질문에 “(차량의) 마지막 정차 지점과 사고 지점에서 스키드마크를 확보했다”며 “스키드마크는 제동 장치가 작동해야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브리핑이 종료된 뒤 30분 만에 경찰은 발언을 뒤집었다. 노면에 남은 유류물 흔적을 스키드마크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현장에 스키드마크는 아예 없었다”라며 “(노면에 남은 타이어 자국은) 유류물 흔적이며, 이는 부동액이나 엔진오일 냉각수가 흐르면 나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사고 지점에서 교통섬 방향으로 기름이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타이어 자국이 남아있을 뿐, 스키드마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키드마크는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생기는 타이어의 미끄러진 흔적으로, 이 흔적으로 자동차가 제동하기 전의 주행속도를 알 수 있는 등 교통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특히 이번 사고와 관련해 가해 차량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키드마크는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스키드마크와 유류물 흔적을 헷갈리는 사례는 일반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스키드마크는 확실히 남기 때문에 왜 경찰이 유류물 자국과 혼동했는지 궁금하다”며 “도로교통 전문가들이 확실히 (현장을) 검증했을 텐데 어떻게 헷갈릴 수가 있냐”며 반문했다.

염 교수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급발진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스키드마크는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브레이크를 밟아 스키드마크가 발생했다는 것은 급발진이 아니라는 중요한 정황”이라며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경찰이 허술하게 결과를 발표하고 내용을 정정하면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증거를 수사하는 것이 중요한데, 초기에 이런 실수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처음에 유류물 흔적을 보고 스키드마크라고 짐작한 뒤 조사를 진행했고, 이후 조사관들이 유류물 흔적이라고 파악했지만 보고가 되지 않았다”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브리핑을 진행하던 중 스키드마크 관련 질문이 나와 스키드마크가 맞다고 답변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차량의 가속이 시작된 시점과 관련해 “영상으로 확인했을 때 지하1층 주차장을 나와서 출구 입구 쪽에 약간의 언덕, 턱이 있는데, 그 턱부터 가속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가해 차량은 지난 1일 오후 9시 26분께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의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나와 급가속해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며 안전 펜스·보행자들을 충돌한 뒤, BMW와 소나타 차량을 잇달아 충돌했다. 경찰은 전날 참고인 조사에서 가해 차량 동승자로부터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았다고도 설명했다. 경찰은 가해자 A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갈비뼈 골절상을 입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아직 조사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차량의 속도와 급발진 여부, 제동장치 작동 여부 등을 규명하기 위해서 경찰은 지난 2일 해당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국과수의 분석 결과는 1~2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 피해자도 한 명 추가로 확인됐다. 정 과장은 “해당 피해자는 사고 직후 다른 피해자의 병원 후송 시 동행해 현장에 없었던 사람으로, 경상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시청역 교차로 교통사고 관련 인명피해는 운전자와 동승자를 포함해 총 16명(사망 9명, 부상 7명)이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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