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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세계 최대 경제권’ 도쿄도지사 선거 프리뷰 [방구석 도쿄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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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 現 지사 vs 연예인 출신 렌호’ 2강구도

역대 선거에선 현 지사가 모조리 승

후보별 정책 전격 비교… 저출산 주력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일본 내면 풍경, 살림, 2014



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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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오는 7일 일본 수도 도쿄 수장을 뽑는 도쿄도지사 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연예인 출신 렌호(왼쪽)와 현직인 고이케 유리코(오른쪽) 지사의 맞대결로 좁혀지고 있다. 사진은 두 후보가 2016년 9월 도쿄도청에서 만났던 모습. /산케이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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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만 인구의 세계 최대 경제권, 일본 수도 도쿄의 수장(首長)을 뽑는 도지사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024년 7월 7일에 치러집니다. 이번 도지사 선거엔 역대 최다인 56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이렇게 많은 후보가 난립하게 된 배경은 지난번 레터에서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번주 방구석 도쿄통신은 수도를 넘어 일본 전국 표심을 대변한다는 도쿄도지사 선거의 ‘프리뷰’를 써보려 합니다. 집권 자민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지지율이 최근 바닥을 치는 가운데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사실상 차기 총리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그 중요도는 더욱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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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일본 도쿄도지사. /마이니치신문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는 단연 3선에 도전하는 고이케 유리코(72) 현 도쿄도지사입니다. 유권자 중 자민당 지지층의 70%, 연립 여당 공명당 지지층의 90%가 그를 뽑겠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역대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현직 도지사가 출마해 패배한 적은 ‘제로(0)’입니다. 1947년부터 2020년까지 21번의 선거 중 12번에 현직 도지사가 후보 등록했는데, ‘12승 0패’였단 거죠. 이러한 ‘불문율’을 따라 고이케가 이번에도 당선되면, 야스이 세이이치로(1891~1962·초대~3대), 미노베 료키치(1904~1984·6~8대), 이시하라 신타로(1932~2022·14~17대)에 이은 네 번째 3선 도쿄도지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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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렌호(齊藤蓮舫) 전 참의원 의원. /조선일보DB


고이케 지사에 맞서 강력한 ‘2강 구도’를 형성 중인 후보는 야당 입헌민주당 지원으로 출마한 사이토 렌호(57) 전 참의원 의원입니다. 대만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과거 일본 그라비아 아이돌로 활동했습니다. 연예인 출신 정치인이죠. 유권자 중 입헌민주당 지지층의 60%, 공산당 지지층 70%가 그에게 투표할 계획입니다.

일본 정치권에선 이례적인 두 여성 정치인의 대결. 2강 구도라 하지만, 전체 유권자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무당파 중 30%는 고이케를 지지하는 반면 렌호 지지자는 10%에 불과한 상황이라 현재까진 고이케가 3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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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노면전차 도덴 아라카와선 사쿠라 트램에 탄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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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는 유세에서 어떤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을까요. 고이케 지사는 지난달 29일, 도쿄 동북부 아다치구 기타센쥬역 앞에서 4번째 거리 유세를 열고 “도정(都政)에 더욱 신경 쓰겠다”고 했습니다. 그의 강력한 무기는 단연 8년 동안의 실적이죠. “역사에 남을 8년이었다”고 자찬 중인데요. 그중에서도 코로나 팬데믹 시절 방역 대책과 저출산 해결을 위한 육아 지원책 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도쿄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9명으로 처음으로 1명을 밑돌았어요. 이에 고이케 지사는 지난해 9월부터 18세 이하 도민들에게 매달 5000엔(약 4만3000원)의 교부금을 지급하고 사립을 포함한 전(全) 고교 수업료를 무상화하려는 등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최근에는 일선 공무원들이 일하고 있는 행정 시찰에 주력하며 “앞으로 도쿄에 더 필요한 정책이 무엇일지 현장을 둘러보며 살피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1일엔 저출산 여파로 후계자 물색이 어려워진 중소기업들을 위해,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과 이들을 잇는 ‘중소기업 사업 승계 지원 제도’를 신설하겠다고도 발표했습니다.

반면 고이케 지사가 과거 8년 전 선거에서 내놓았던 ‘야근 제로’ ‘개호이직(중년 직장인이 노부모 간병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는 것) 제로’ 등 공약은 달성은커녕 오히려 상황이 악화했다는 점은 그의 3선을 방해할 장애물로 꼽힙니다. 2015년 13.5시간이었던 도쿄 직장인 월평균 잔업 시간은 2022년 16.8시간으로 늘었고요. 2016년 7800명이었던 개호이직자는 2022년 약 1만4000명으로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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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일 치러지는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 후보 렌호가 지난달 20일 후보 포스터 게시판에 자신의 포스터를 부착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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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렌호 후보는 민간 재개발 계획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운 신주쿠 메이지신궁 외원(外苑)을 방문했습니다. 메이지신궁은 과거 메이지 천황(1852~1912)을 기리는 신사(神社)로, 그 동쪽에 있는 공원은 인근 야구·럭비장 등 대형 체육 시설과 은행나무들이 이루는 도시적 풍경을 느낄 수 있어 많은 시민이 찾습니다.

이곳을 민간 자금을 투입해 재개발하겠단 계획은 2023년 2월 도쿄도가 허가했습니다. 오는 2026년을 목표로 인근 체육 시설을 철거하고 고층빌딩을 세운다는 계획입니다. 이 재개발 과정에서 100년에 걸쳐 조성된 은행나무 숲이 파괴된단 지적이 많았습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도 지난해 “시민들의 헌금과 봉사로 만든 유례없는 문화적 유산에 대한 재개발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했고요. 무라카미 하루키(소설가·75), 사카모토 류이치(음악가·1952~2023) 등 문화계 인사들도 비슷한 비판의 목소릴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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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일 치러지는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렌호. /주간 다이아몬드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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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호 역시 이곳 재개발 계획에 대해 “멈춰야 한다”는 의견을 내왔습니다. 그는 이날 “(고이케) 지사는 ‘민간사업’이라며 도 당국은 관여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도가 (재개발을 결정한) 당사자란 사실은 누구보다 도민들이 잘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선되면) 재개발 찬반을 묻는 도민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죠.

특히 렌호는 소속 의원들의 비자금 조성 문제로 지난해 말부터 지지율이 급락한 집권 자민당을 비판하면서 ‘정권 교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8일 첫 공약 발표에서 “도쿄도 모든 사업을 재검토해 행·재정 개혁을 이루겠다”고 못박았죠. “막강한 권력을 가진 도지사인 만큼 정치자금 파티 따윈 하지 않겠다”고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을 직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발표한 공약은 이른바 ‘7개의 약속’이었습니다.

①현역 세대 실소득을 늘리겠다, ‘진정한 저출산 대책’

②도민 안심 대작전, ‘기댈 수 있는 보육·교육·개호·의료 구축’

③더 다양하고 살기 좋게, ‘여러분 삶의 선택을 지원하겠습니다’

④진정한 행재정 개혁, ‘철저한 재검토로 유리처럼 투명한 도정을’

⑤진정한 도쿄 대개혁, 낡은 정치에서 새 정치로

⑥더 좋은 도쿄를 위해, ‘미래에 대한 책임을 지고’

⑦좋은 정책은 계속 발전, ‘행정의 지속성도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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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일 치러지는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고이케 유리코 현 지사(왼쪽)와 렌호 참의원(상원)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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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만 봐선 모호하지만 약속마다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고도 있습니다. 예컨대 ①을 위해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化) 등 젊은 직장인 처우 개선이, ②를 위해선 다자녀 가구의 집세를 보조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이 밖에도 고이케·렌호의 닮은 듯 다른 주요 공약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습니다.

고이케 유리코 지사렌호 전 참의원 의원
안전하고 쾌적한 ‘대피소 개혁’ 실시대피소 시설 총점검, 화장실 등 필수 시설 확충
무통분만 지원금 조성복지, 보육 분야 청년 종사자 장학금 상환 지원
여성 활약 기본 조례 제정다자녀 가구 임대료 보조
‘에도 도쿄’ 문화, 세계유산 지정 추진치매 대책 강화
중소기업 임금인상 대폭 지원전면 급식 무상화
행정절차 100% 디지털화비정규직 처우 개선


이들의 2강 구도를 조금은 견제하고 있는 다른 후보 한 명을 소개하자면 이시마루 신지(42) 전 히로시마현 아키타카타시장이 있습니다. 최근 하루 열 곳에 달하는 장소에서 거리 연설 중이라는 그는 과거 은행원으로 일한 이력을 소개하며 “최초의 경제인 출신 도지사가 되겠다”고 어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후보가 주력하는 저출산 대책에 대해선 “저출산은 국가 전체 문제로 지역 차원의 논의는 의미가 없다”며 과감히 배제하더니, 교사 부담 경감 등 교육에 대한 투자를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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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가 보이는 일본의 수도 도쿄의 전경/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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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일 45번째 방구석 도쿄통신은 이번 주말 치러지는 도쿄도지사 선거 프리뷰를 전해 드렸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43~44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혐한인가 아닌가… 쓰시마에 걸린 ‘한국인 출입금지’ 팻말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6/19/4OXDFE2Q5FACFG34ALYZJI5BJY/

강아지, 전라여성이 후보? 난장판 된 도쿄도지사 선거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6/26/ZV7EKNX27JDHJCM7IUIMJ24C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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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주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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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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