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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사설] 집값도 가계빚도 못 잡는 갈팡질팡 대출 정책, 무능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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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성 주택 대출을 늘려오던 금융 당국이 5월 중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5조원 이상 급증하자 갑자기 은행 팔을 비틀어 대출 물꼬를 조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연 2%대로 떨어졌던 주택대출 금리가 다시 3%대로 올라섰다. 한쪽에선 대출을 늘리면서 다른 쪽에선 억제하는 모순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정부는 부동산 경착륙을 막겠다며 지난해부터 각종 저금리 주택 대출을 연 30조~40조원씩 공급했다. 대출 한도를 줄이는 규제를 당초 이달부터 2금융권까지 확대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9월로 늦추기도 했다. ‘영끌 빚투’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정책을 연기한 것이다. 정부는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지원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대출 규제를 두 달 늦춘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될 리는 없다. 그러더니 며칠 뒤엔 부동산 자금 공급을 막는다고 은행 대출을 조이고 있다. 갈팡질팡이다.

부동산 연착륙과 가계부채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라면 최소한의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 정부의 엇박자 행보는 정책 불신을 초래해 정책 효과를 반감시킨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금리가 여전히 높아 갭 투자나 단기 투자를 노리고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지만, 정부의 경고가 시장에선 먹히지 않고 있다. 2030 세대가 막대한 빚을 내 아파트를 사는 현상이 다시 고개 들기 시작했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서울 아파트 값이 13주 연속 오르면서 올해 1~5월 중 서울의 생애 첫 주택 구입자 중 30대가 1년 전에 비해 70% 급증했다.

20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인데, 정부는 부동산 연착륙과 가계부채 억제라는 엇갈린 목표 앞에서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모순된 정책 과제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부의 고민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난제를 풀라고 존재한다. 지금으로선 무능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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