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파괴했다며 철수 3개월 만…네타냐후 “잔당 소탕”
또…밤에 짐 싸서 피란길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지상 공격을 피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로 피신했던 주민들이 1일 밤(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에 따라 도시를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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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제2도시인 남부 칸유니스에 대피령을 내리며 이 일대 지상전 재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상전이 다시 펼쳐지면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가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현지시간) AP통신·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주민의 휴대폰으로 아랍어 메시지를 보내 안전구역으로 지정한 서부 해안 지역 무와시로 즉시 대피하라고 안내했다. 이날 경고는 이스라엘군이 칸유니스에서 지상전을 곧 재개하리란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하마스를 파괴했다’며 칸유니스에서 철수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북부 가자시티 등 이미 대규모 작전을 벌였던 지역에 다시 진입해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북부 시자이야에 대피령을 내린 이후 그곳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인 바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테러 부대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진전을 이루고 있다. 앞으로도 잔당에 대한 타격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칸유니스 일대 주민은 이미 여러 차례 가자지구 내 지역을 옮겨다니며 피신을 경험한 이들이다. 이들은 대피령으로 인해 또다시 피란길에 올라야 했다. AP는 이날 밤 민간인들이 매트리스, 옷, 플라스틱 양동이 등 중요한 소지품을 가지고 아이와 함께 걸어 대피구역으로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한 여성은 “이 아이들이 걷는 것을 보라. 우리는 탈 것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도 대피로 인한 혼란이 빚어졌다. 나세르병원에서 봉사하던 한 미국인 의사는 “이 지역 도로가 대부분 파괴돼 피란하는 이들로 붐볐다. 상태가 불안정한 환자들은 이송 중 사망할 위험이 있어 복잡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유럽가자병원에서 일하던 영국 출신 의사 모하메드 타히르는 안전가옥으로 대피한 후 “환자들을 두고 왔는데 누가 그들을 돌볼지 모르겠다”며 “이들은 며칠 내로 죽을 수도 있다. 참담하고 슬프다”고 NYT에 전했다.
지상전이 다시 시작되면 가자지구의 생존 여건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칸유니스가 공격받으면 구호 물자가 들어오는 케렘 샬롬 검문소와 통하는 길이 위협받을 수 있다. 식수 공급도 위험해진다. 안전구역 역시 이전에 공격을 받은 적이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이는 가자에서 안전한 곳이 없다는 걸 다시 보여준다”며 휴전을 촉구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병원의 모하메드 아부 살미야 원장을 이날 석방했다. 살미야 원장은 기소와 재판 없이 7개월간 구금됐다 풀려났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고문반대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개전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구금한 사람은 약 4000명이며, 이 중 1500명이 풀려났다. 이들이 정당한 절차 없이 체포 및 구금됐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살미야 원장도 자신과 다른 수감자들이 고문당했다고 주장했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부인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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