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폭넓게 인정한 연방대법원의 결정과 관련해 백악관에서 긴급 대국민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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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행위 면책 특권을 폭넓게 인정해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손을 들어준 결정을 내려, 미국 대선 판세가 더욱 요동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연설을 해 “법치 훼손”이라며 강력히 비판했으나, 민주당 대선 후보 교체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일(현지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이 ‘대통령 재임 중 행위는 포괄적 면책 대상’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신청 사건에 대해 대통령의 재임 중 행위 면책을 폭넓게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형사 기소가 대통령의 결정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공적 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면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내란·외환을 제외하고 현직 대통령에게 형사 불소추 특권이 헌법에 규정된 한국과 달리 미국에는 대통령 면책에 대한 규정이 헌법에 없다. 대법원 결정은 트럼프 전 대통령 쪽 주장을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히 수용한 것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도전에 가장 큰 걸림돌로 거론된 ‘사법 리스크’가 상당 부분 제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결정 뒤 긴급 대국민 연설을 해 “이 나라는 왕이 없다는 원칙 위에 세워졌다”며 “우리는 모두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이는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방대법원의 결정으로) 이런 원칙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며 “이제 대통령은 법 위에 군림하는 왕이 됐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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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6 연방의사당 난입 사건과 관련해 “의회에 폭도를 보낸 사람은 이제 그날 한 일에 대해 잠재적·형사적 책임에 직면해 있었다”며 “미국 국민은 대선 전에 법정에서 이에 대한 대답을 들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 미국인들이 법원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며 “국민이 트럼프의 행위에 대해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인들은 트럼프가 1월6일 자행한 민주주의에 대한 폭행으로 공직에 부적합한지를 결정해야만 하며, 트럼프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폭력을 행사했는지도 심판해야 한다”며 대선 심판론을 꺼내 들었다.
지난 27일 첫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고령 리스크’를 드러내 후보 교체 압력을 받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질 여사는 지난 30일 패션잡지 보그와 한 통화에서 “우리 가족들은 그 90분(토론)이 바이든 대통령의 4년을 재단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보그가 1일 보도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바이든 대통령 대선 후보 공식 지명을 앞당길 움직임도 보인다. 민주당전국위원회(DNC)는 바이든 대통령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달 중순에 공식 지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후보 공식 지명은 원래 오는 8월19일부터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할 예정이지만 후보 교체론을 잠재우기 위해 이런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후보 교체론’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당내 많은 사람은 현재의 ‘심판’이 슬프게도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그를 보호한 ‘이너서클’이 명백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역량 퇴보를 인정하지 않은 뒤 불거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박병수 선임기자, 김미나 기자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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