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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에어컨 없는 곳에 수천 명이”…‘찜통’ 물류센터 감시 나선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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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가 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폭염 시기 물류센터 온도감시단 활동 및 물류노동자 폭염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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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폭염으로 인한 산업재해 노출 위험이 큰 물류센터 노동자가 작업 현장의 온도를 직접 측정하기로 했다. 폭염 산재가 꾸준히 증가하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제도 개선도 뒤따르지 않자 노동자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는 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류센터 현장 노동자들이 직접 물류센터 ‘온도감시단’을 운영해 실제 물류센터 현장의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고 고용노동부 혹서기 실내사업장 지침에 따라 휴게시간이 지급되는지 파악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가능한 매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이 폭염에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다”며 “에어컨도 없는 찜통 같은 철제건물 안에서 수백, 수천명의 노동자들이 장시간 고강도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온열질환 예방가이드’를 제정해 홍보하고 있지만, ‘권고 사항’에 그쳐 현장에선 제대로 적용되지 않다는게 노조 주장이다. 해당 가이드를 보면, 사업주는 노동자가 일하는 장소에 온·습도계를 비치해 현장의 온·습도 정보를 노동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또 체감온도가 33℃ 이상일 때 시간당 10분, 35℃ 이상일 때 시간당 15분, 38℃ 이상일 때 시간당 15분씩 휴게시간을 줘야 한다. 하지만 노조는 “물류회사들은 폭염 시기 휴게시간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고 작업장에 설치된 온·습도계를 볼 수 없게 아예 가려놓았다”고 주장했다. 일정 온도 이상 때 휴게시간을 줘야 하는데, 이를 보지 못하도록 차단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나마 현장에 설치된 회사의 온·습도계는 일하는 공간과 떨어져 있어 노동자들의 실제 체감온도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노조는 문제 제기해왔다.



한겨레

지난달 22일 오전 11시에 측정된 쿠팡 인천4센터 내 현장 온도. 이곳에서 일하는 물류센터 노동자가 현장에 직접 설치한 온·습도계다.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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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폭염 속에 벌써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쓰러지고 있다.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21일 쿠팡 인천14센터에서 한 노동자가 쓰러졌다. 지난해 8월 심하게 온열질환을 앓았고, 9월엔 일하다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노동자”라며 “그런데도 이 노동자는 아직도 이런 더위와 열기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작년처럼 온열질환 때문에 출근하지 못하면 생계는 어떻게 하냐며 자기 자신을 탓한다. 이게 맞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에 폭염, 한파 등 작업장 환경개선을 위한 냉·온방 설비 설치의 법적 근거 마련을 권고했지만, 국토부는 “산업안전보건법령에서 다루어야 할 사항”이라는 이유로, 노동부는 “폭염상황은 사업장 작업환경 등에 따라 건강위험 정도가 다를 수 있어 휴게시간 부여 및 냉방장치 설치를 일률적으로 법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노조는 폭염 속 물류센터 노동자 보호를 위해 △물류센터 냉난방 설치 의무화를 위한 건축법·기계설비법 개정 △폭염과 혹한기 물류센터 노동자에 대한 유급 휴게시간 법제화 △물류센터 현장 내 피난처 또는 휴게소 설치 의무화 등을 요구했다. 권영국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대표는 “고용노동부는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철저히 감독하고, 최소한 가이드라인을 의무화하도록 안전보건규칙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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