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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언론 장악 부역자' 이진숙의 귀환…다시 주목받는 과거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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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문화방송(MBC)의 공영성 훼손 주범'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4일 새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되면서 이 전 사장의 극우 성향이 반영된 과거 행적이 주목받고 있다.

이 전 사장은 대표적인 '세월호 보도 참사 책임자'이다. 그가 보도본부장으로 MBC 뉴스를 책임지던 2014년 4월 16일, MBC는 가장 먼저 '단원고 전원구조 오보'를 냈다. 당일 저녁에는 "인명피해가 났을 경우 한 사람당 최고 3억5000만 원, 총 1억 달러 한도로 배상할 수 있도록 한국해운조합의 해운공제회에 가입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하며, 뉴스의 초점을 '구조'가 아닌 '보상'에 뒀다.

또 구조작업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 이광욱 씨의 사망 원인이 '조급증' 때문이라며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내용의 뉴스를 전해 MBC 내부에서조차 "사상 최악의 보도"라는 지적을 받았다.

같은 해 6월 19일 세월호 보도에 대한 보도 책임자의 해명을 듣고자 열린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회의에서 이 전 사장은 "(세월호 참사 책임은) 청해진 해운이 가장 잘못했고, 정부의 대응, 안전의식에 소홀했던 국민의 책임"이라며 "무슨 일만 생기면 기관이나 정부에 책임을 묻는 풍조는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은 또 MBC 기획홍보본부장 시절이던 2012년 10월 방문진에 보고도 하지 않은 채 고(故)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만나 민영화 계획의 일부로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 지분 30%에 대한 매각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 전 사장과 최 전 이사장이 공모해 정수장학회가 소유한 문화방송 지분 30%를 매각해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위한 기부를 시도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고(故) 이용마 기자 등 언론노조 MBC 본부의 핵심 간부들을 '트로이컷'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불법 사찰해 대법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 전 사장은 비판과 감시 기능을 하는 언론과 시민단체 대응을 '좌파와의 싸움'으로 규정하는 등 이념적 사고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22년 10월 한 보수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선 캠프 언론특보 임명 일주일 만에 해촉된 데 대해 "언론노조 측에서 제가 특보된 것에 대해 반대 성명을 냈는데 그러자마자 그 다음날 제가 해촉이 되고 말았다"라며 "저처럼 홀홀단신으로 전사처럼 싸운 사람을 물러나게 해서야 앞으로 누가 앞장서서 좌파 언론노조와 민노총에 맞서 싸울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까지 보면 한두 번이 아니다. 좀 싸울 수 있는 우파인사가 나오면 좌파는 바로 공격한다"라며 "문제는 여기에 우파가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저들에 동조해서 내부 총질, 내부 손가락질을 해서 우파 전사를 물러나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가 자신의 극우적 성향을 내비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전라도 혐오 발언인 '홍어족'이라는 표현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하한 '광주 사태'라는 표현이 함께 섞인 SNS 글에 '좋아요'를 눌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화 <서울의 봄>과 관련해 "전두광이라 쓰고 전두환으로 읽는다. 대놓고 자막으로 '반란군'이라고 못을 박는다"며 "'바이든...날리면'을 자막으로 조작했던 것처럼"이라고 남겼다. 영화 <길 위의 김대중>에 대해서는 "좌파 진지를 공고히 다질 촉매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우파는 좌파 영화가 나오면 방어하기만 바쁘다. 왜곡이다, 조작이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을 해도, 시민들은 영화로 역사 공부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좌파가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다"며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이후 이른바 우파 영화들은 씨가 말랐다. 역사공정의 결과가 총선 성적으로 이러질까 두렵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전 사장은 지난 4.10 총선에서는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를 응원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에 나경원 대표만큼 애국자 있으면 나와봐라. 일본은 현재 한국과 자유주의 동맹국"이라고 쓰기도 했다.

프레시안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7월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지명 소감을 말하기 위해 마이크 앞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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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 부역자' 이진숙 지명 철회해야"

언론 현업단체와 시민단체는 이 전 사장의 방통위원장 지명 소식이 알려지자, 그를 "언론장악 부역자"로 규정하며 대통령실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 언론공공성위원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방송촬영인협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PD연합회 7개 언론 현업단체는 4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이동관이 이전 보수정권의 실세이자 '언론장악 기술자'였다면 그 후임이었던 김홍일은 방송·통신 분야 무경력자로서 정권의 언론장악 의도를 충실히 관철해낸 '언론장악 하수인', 이진숙은 방송사 내부에서 정권과 손발을 맞춘 '언론장악 부역자'"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이 전 사장이 후보자 지명 직후 소감에서부터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돌격대임을 보여주는 문제적 발언을 쏟아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들은 "'공영방송은 노동단체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은 공영방송 노동자의 노동3권을 부정하는 반헌법적 발언"이라고 했다.

이날 이 전 사장이 '바이든-날리면',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를 '가짜 허위 기사'라고 규정한 것과 관련해선 "류희림 방심위위원장의 법정 제재에도 모두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진, 정부와도 소송으로 다투고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 전 사장은) 과거의 행적으로, 그리고 오늘 쏟아낸 궤변으로, 국민적 상식과 동떨어진 부적격 인사임을 이미 증명한 이진숙 지명은 윤석열 정권을 더 깊은 늪으로 몰아넣게 될 것"이라며 "우리 언론 현업인들은 이진숙 지명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방통위원장 인사 참사의 끝이 대체 어디인지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했다.

이들은 특히 "이번 인사는 윤 대통령이 방통위 '2인 체제'의 위법성을 해소할 의지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방통위를 지금처럼 '내 맘대로 부리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앞으로도 방통위 파행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나아가 "과거 MBC 민영화를 모의하고, 공정방송 파업을 탄압하는데 앞장섰던 이진숙 씨를 지명한 건 누가 보더라도 MBC를 겨냥한 위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면서 "방송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 입법논의를 무력화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방문진을 대통령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채우고, MBC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자인한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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