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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가족들은 감싸지만…유권자 72%는 고개 젓는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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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가족 “계속 싸우자”
민주당 ‘내부분열’ 가속
유럽, 트럼프 재선 공포
벌써 보복 운운…배넌 “배신자 응징”


매일경제

[사진 = AF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대선토론 참패’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당 내부에서까지 후보 교체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가족들로부터 대선 레이스에 남을 것을 권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결정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가족들이 ‘분명한’ 지지 의사를 표한 것인데, 한동안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바이든 가족이 바이든 대통령 재선을 위한 ‘분명한 지원’을 약속했다고 CNN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족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에 남아 “계속해서 싸울 것”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도울 수 있을지 논의했으며, 대선 후보직 사퇴와 관련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족들과 함께 지난달 29일부터 미국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데이비드에 머무르고 있다. 오래 전부터 계획됐던 일정이다. 하지만 지난 27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토론 이후 후보 사퇴론에 직면한 상황이어서 대선 캠페인을 지속할지 여부를 두고 가족들과의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있어, 질 바이든 여사를 비롯한 가족들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상황이다. 캠프데이비드에서의 이번 가족회의가 대선 캠페인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어 민주당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후보 사퇴’를 놓고 민주당은 내부 분열 중이다. 당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억만장자 후원자들 사이에서는 조기 후보 교체론과 후보 유지론, 당 차원에서 신중하게 검토한 후 정리해야 한다는 등 여러 목소리가 혼재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핵심 참모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과 관련해 바이든 캠프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오랜 후원자 존 모건은 바이든의 수석고문인 아니타 던과 그녀의 남편인 밥 바우어를 지목해 “당장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CBS뉴스와 유고브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의 72%는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 등록 유권자의 27%만이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정신적·인지적 건강을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토론 다음 날인 지난 28~29일 전국 등록 유권자 113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되기까지의 과정도 조사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전했다. 지난 2020년 3월 “나를 어떤 존재도 아닌 다리(bridge)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연임 도전 결정은 2022년 추수감사절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모인 자리에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고령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면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연임을 지지했고, 민주당 내 잠재적인 주자들도 바이든 대통령에 맞서지 않으려 하면서 상황은 바이든 대통령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재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당시 민주당원 중 47%만이 재선 출마를 원했을 정도로 고령에 대한 의구심은 남아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과정이 대선 토론 ‘참패’로 다시 수면위에 올라온 것이다. WP는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조차도 그에게 중대한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비롯해 의원들 상당수는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민주당 최고 지도자들과 기부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고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며 행사에 참석한 금융가이자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기부자들이 바이든을 떠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세론이 커지면서 유럽을 포함한 국제 사회가 대응 마련에 분주해졌다고 더힐이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주도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이 지원을 줄일 것을 대비하는 차원이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의 우려가 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도 보인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회동했다. 독일은 올해 초 미하엘 링크 대서양 협력 조정관을 미국에 파견했다. 그는 공화당 주지사들과 접촉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하기도 했다.

공화당은 이미 대선에 이긴 분위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은 벌써 ‘복수’를 운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른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지난달 30일 방영된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복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트럼프)의 응징이 매우 성공적인 집권 2기를 만들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서울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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