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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남희석 “참가자 돋보이게 하는 ‘송해 스타일’ 따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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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 진행 석 달 남희석

30일 안동편 시청률 7.4% 기록

“송해 선생님이 워낙 탄탄히 닦아주셨기 때문에, 그 길을 제대로 찾아 잘 따라가는 게 중요합니다.”

지난 3월 31일부터 KBS ‘전국노래자랑’ 사회를 맡은 남희석(53)은 프로그램 따라 전국을 다닌 지 이제 석 달 지났다. 전국노래자랑을 33년간 지킨 송해(1927~2022) 선생 별세 후 사회를 맡은 개그우먼 김신영이 시청률 하락으로 1년 6개월 만에 하차하자 MC로 서게 됐다.

갑작스러운 진행자 교체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다. 1991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33년간 방송을 경험한 남희석도 부담이 컸다. “이경규 선배를 비롯해 여러 분이 주위 얘기에 흔들리지 말고 하던 대로 하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이제 조금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한때 5%대로 떨어졌던 시청률은 남희석이 맡은 후 6% 내외를 기록 중이다. 지난 30일 방송된 안동편은 7.4%(닐슨 전국기준)로 치솟기도 했다. 방송계에선 연착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희석은 지난달 2일 방송된 전남 화순 편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꽃분홍 상의에 분홍 모자로 멋을 낸 고운 어르신이 무대에 섰다. 102세 강예덕 할머니. 지팡이를 짚긴 했지만 허리가 꼿꼿했다. 관중석엔 ‘102세 나이는 숫자! 마음은 청춘! 누나 화이팅’ 같은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할머니는 백난아의 1942년 노래 ‘찔레꽃’을 불렀다. “1980년부터 44년간 방송된 전국노래자랑 역대 최고령 본선 진출자셨는데, 건강 비결이 된장에 밥 먹는 거라고 하셨어요.” 남희석은 강 할머니와 눈높이를 맞추며 앵콜이 터지는 객석 분위기를 드높였다. 강 할머니도 ‘처녀 뱃사공’ ‘목포의 눈물’까지 뽑아내며 함박 웃음을 잊지 않았다. 공식 영상에는 “어머니 생각난다” “할머니 만수무강 하세요” 등과 함께 남희석의 진행 태도를 칭찬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조선일보

‘전국노래자랑’ 역대 최고령 참가자 기록을 경신한 102세 강예덕(왼쪽) 할머니와 MC 남희석. /KBS1TV


전국노래자랑 진행자로 결정된 후 정치색을 입히려는 시선도 있었다. “왜 좌파 우파 나누어 편 가르기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예전엔 좌파 연예인으로 분류됐는데, 지금은 또 우파라네요. 하하.” 남희석은 “저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고 전국이 고향”이라고 했다. “안동에 갔더니 ‘고향 사람 왔다’며 반겨주시는 거예요. 제가 ‘하회탈’이란 별명이 있잖아요. 얼마나 고마워요. 전국 어르신을 누님 형님으로 모시기로 했어요.”

충남 보령이 고향인 남희석의 충청도식 화법은 ‘웃음 충전기’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남희석의 말이 끝나고 한 1.5초쯤 뒤부터 청중은 배꼽을 잡는다. 녹화 중간 그의 말이 자꾸 생각나서 웃는다는 이도 있다. 경기 시흥시 편에서 전직 골프장 주방장이었다는 한 참가자가 “장보기부터 음식하고, 아내가 맛있게 먹는 거 보고 설거지까지 다 하는 게 진짜 주방장”이라고 하자 남희석이 거들었다. “우리 아버지도 목욕탕 하시기 전에 중식당 주방장을 23년간 하셨는데, 지금도 요리 설거지 청소 빨래까지 다 하세요. 내가 엄마한테 ‘엄마는 아무것도 안 혀요?’ 하니까 ‘니 아부지 오래 살라고 기도하잖여’.”

방송 녹화 전날부터 해당 지역을 찾아 어르신들과 먼저 어울리는 ‘송해 스타일’을 따르려 한다. 사실 ‘송해 스타일’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아도 이미 비슷한 길을 걷고 있었던 것 같다. 타고난 호기심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예전 프로그램 방송 당시부터 2000년대 전국 데이트 장소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을 맡으며 지역 주민과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전국 이장들의 민심을 듣는 KBS 시사 예능 ‘전국이장회의’에선 스튜디오 녹화인데도 구석구석 현장 취재를 하기도 했다. ‘전국노래자랑’ 예심 현장을 먼저 들르기도 한다.

남희석은 “참가자들이 돋보여야 한다”면서 “저는 신호등이 고장 난 사거리에서 수신호 보내는 사람”이라고 했다. 화면 밖에서는 청중을 북돋우려 자신을 다 던져야 하지만 화면 안에서는 흐름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제작진한테 저는 TV에 안 비쳐도 된다고 했더니, 정말 방송 내내 얼굴이 딱 세 번 나온 적도 있슈(웃음).”

“땡볕에서 녹화를 하면 두세 시간만 지나도 숨이 턱턱 막혀요. 그런데 참가자 어르신들은 거뜬해요. 평생을 땡볕에서 땅을 일궈 오셨으니까. 그런 분들 덕분에 우리가 사는 거잖아요. 얼마나 대단혀요. 이걸 반평생 해오신 송해 선생님이 다시 존경스러워지고…. 제가 감히 이걸 해보네요. 전국~!”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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