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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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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 족적 일치” vs “난 결백해”…영월 피살 사건의 숨겨진 진실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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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미제 ‘영월 피살사건’ 피의자 구속…“혐의 소명 충분”

法 “제3자 범행 가능성 극히 낮아…알리바이도 의심스러워”

20년 전 강원 영월에서 발생한 이른바 '영월 농민회 간사 피살사건'의 피의자 A(59·당시 40세)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28일 법원에서 발부됐다.

세계일보

20년 전 영월 농민회 피살사건 피의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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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법 영월지원 여동근 영장 담당 판사는 검찰이 살인 혐의로 A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발부 사유에 대해 법원은 우선 "살인 사건 현장에 동일한 샌들 족적이 다수 발견됐고, 특히 바닥에 흐른 피해자 혈흔 위 또는 범행 구도에서 떨어진 혈흔 근처에서도 해당 족적이 발견됐다"고 짚었다.

이어 "족적을 남긴 인물이 피해자를 살해하였을 개연성이 높은 상황에서 피의자가 사건 발생 며칠 후 사건 당일 신었던 신발이라며 수사기관에 임의 제출한 샌들이 범행 현장의 족적과 일치한다는 내용의 국과수 감정 결과가 제출됐다"며 "피의자 외에 제삼자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사건 추정 시간대에 인근 계곡에 있었다'고 피의자가 내세운 알리바이에 대해서도 "착신 내역 등 상반되는 객관적 증거가 존재해 의심의 여지가 있고, 수사기관이 파악한 범행동기에 대한 변소 내용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범죄사실은 충분히 소명됐고, 피의자의 태도와 피해의 심각성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A씨가 20년 전인 2004년 8월 9일 오후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에서 모 영농조합법인 간사 B(당시 41세)씨의 목과 배 등을 십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적용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족적과 유력 용의자 A씨의 족적이 특징점 10여 개가 99.9%의 일치한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A씨를 2020년 11월 춘천지검 영월지청에 송치했다.

검찰 역시 송치 후 추가 압수수색과 감정 등 3년 7개월에 걸친 증거 보완 등을 통해 A씨가 영농조합법인 사무실에서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범인일 것으로 판단하고 영장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A씨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된 이유를 모르겠다"며 "나는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사망한 피해자의 동생 안모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어머니 가슴에 응어리가 남지 않게 하려고 20년 전 범인을 잡았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실제 잡기까지 20년이나 걸렸다"며 "구순의 어머니는 아직도 비명에 간 형을 잊지 못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동생 안씨는 20년 전인 2004년 8월 9일 오후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에서 둔기와 흉기에 의해 살해된 형 B씨의 범인을 쫓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장기 미제로 사건이 미궁에 빠지면서 실망한 안씨의 아버지는 병을 앓다가 사망했다. 동생 안씨는 모친의 가슴에는 응어리가 남지 않게 하려고 범인을 잡았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그러다 10년 만인 2014년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재수사에 나서면서 형의 억울한 죽음을 밝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안씨는 생각했다.

당시 사건 현장의 족적과 유력 용의자였던 A씨의 족적이 특징점 10여 개가 99.9%의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회신 결과가 2020년 6월 나오자 수사는 활기를 띠었고 안씨도 희망을 걸었다.

결국 그해 11월 경찰에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으나 이를 넘겨받은 검찰에서 족적의 증명력과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 청구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동생 안씨는 형의 억울한 죽음을 법정에서 밝힐 수 있도록 재판이라도 받게 해 달라며 호소했다.

그사이 경찰의 미제 사건 전담 수사팀도 바뀌고 관할 검찰청인 영월지청의 담당 검사만도 4∼5명이나 새로 부임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검찰 역시 추가 압수수색과 재감정 등 3년 7개월에 걸친 증거 보완 등을 통해 A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해 28일 발부됐다. 쌓인 수사 기록만도 2만여 페이지에 달할 정도였다.

안씨는 "모친의 가슴에 응어리가 남지 않도록 한 거짓말이 사실이 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며 "재판을 통해 형의 억울한 죽음과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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