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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단어 실수’ 바이든-‘성추행 입막음’ 트럼프, 비전 없는 비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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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7일(현지시각) 미국 애틀랜타주에서 시엔엔(CNN) 주최로 열린 첫 대선 주자 토론회에 출연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애틀랜타/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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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패배자, 호구, 날조, 멍청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시엔엔(CNN) 주최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첫 텔레비전 토론을 하며 쏟아낸 말들이다. 두 후보는 시작과 종료 때 악수도 하지 않았고, 토론이 이어진 90분간 서로를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재임 기간 행적을 깎아내렸다. 81살 고령에 연임에 도전한 바이든 대통령은 쉰 목소리와 단어 실수, 부족한 전달력을 보여 지지자들의 불안감을 키웠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허위사실로 맞대응하면서 향후 4년을 책임질 비전과 정책 경쟁은 실종됐다는 평가가 많다.



토론은 경제 분야 질문으로 시작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당시 악화된 경제와 부자 감세를 집중 공격하며 “(당시) 우리 경제는 자유낙하했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죽어갔고, 실업률은 15%까지 올라갔다”고 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우리를 완전히 죽이고 있다”고 바이든 정권을 탓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만든) 유일한 일자리는 불법 이민자를 위한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 문제를 거듭 언급하며 거짓되거나 과장된 주장을 했다. 그는 “(불법 이민자가) 여성들을 강간하고 살해하고 있다”, “불법 이민자들이 호화로운 호텔에 살고 있다”는 등 근거 없는 주장을 일삼았다.



임신중지에 대한 견해로도 두 후보자는 공방을 이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 차원의 임신중지 권한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연방대법원이 뒤집은 것을 “공로”라고 추어올리면서도, 지난 13일 먹는 낙태약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접근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선 “그들의 결정에 동의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임기에서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끔찍한 일”이라고 직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책임을 두고도 날 선 토론이 이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 전쟁으로 “미국은 3차 세계대전의 수렁에 빠질 것”이라며 “대통령 당선자가 되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이에서 전쟁을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 등 세계 50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도록 했다. 세계 평화에 위협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받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혐의 등을 포함해 34개 혐의에 유죄 평결을 받은 점을 거론하며 “당신은 길고양이 수준의 도덕성을 갖고 있다”고 일갈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재임 기간) 저지른 모든 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중범죄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2년 전 한국을 방문해 삼성의 미국 투자를 설득한 점 등을 들어 “내가 해온 일을 봐달라”고 부각하며 “난 운전면허도 있고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고령 후보자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려 했다.



현지 언론은 첫 토론 뒤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혹평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짓말로 일관하고 답변을 회피했음에도 2020년 대선 토론 때와 비교하면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 대통령이 더듬거리며 토론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일부 민주당 전략가와 기부자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대선 후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교체하는 것에 대한 비공개 논의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부연했다. 토론을 주최한 시엔엔은 “바이든은 토론에서 불안정해 보였고, 트럼프는 거짓을 반복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과 정신적 명민함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는커녕 불안을 증폭시켰다. 민주당 후보로 선거를 이어가야 하느냐는 의문이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시엔엔이 여론조사기관 에스에스알에스(SSRS)에 의뢰해 미국 유권자 565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7%가 토론회 승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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