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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20년간 줄어든 청년 노동시간…여가엔 뭐했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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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 시내 한 서점을 찾은 청년이 취업 관련 책을 읽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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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의 노동공급이 감소한 배경에 유튜브 시청이나 모바일 게임 등이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정보기술(IT)이 발전하면서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여가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 청년층의 근로시간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28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이 낸 이슈노트를 보면, 1999∼2019년 사이에 청년들의 노동공급이 감소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컴퓨터 관련 여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관련 여가’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교제, 인터넷 정보 검색, 유튜브 시청 등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컴퓨터·휴대전화를 하며 쉬는 시간을 보내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경제활동 참여가 저조해지는 영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분석 대상 기간인 1999년부터 2019년 사이에 청년층(20∼39살·25살 이하 학생은 제외)의 노동공급 감소를 주당 근로시간으로 환산해 살펴보면 남성이 6.7시간, 여성이 1.5시간이었다. 20년 사이에 일하는 시간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주5일 근무제 도입과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 등이 영향을 줬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컴퓨터 관련 여가가 중요한 변수가 됐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남성청년의 주당 근로시간 감소분의 3분의 2인 4.6시간, 여성청년 주당 근로시간 감소분인 1.5시간의 대부분인 1.4시간이 컴퓨터 관련 여가의 영향이었다.



한겨레

1999∼2019년 사이 IT 기술의 발전으로 컴퓨터 관련 여가가 늘면서 주당 근로시간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한국은행 제공


지난 20년 동안 수면이나 식사 같은 필수 여가 시간도 늘었지만, 컴퓨터 관련 여가 역시 늘었다. 특히 아이티 기술이 발전하면서 컴퓨터·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이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다양해지면서 컴퓨터 관련 여가는 사람들이 남는 시간을 쓰는 ‘쉬운 방법’이 됐다. 조강철 한은 고용분석팀 차장은 “컴퓨터 관련 여가 활동이 많이 늘어나고 전체 여가시간도 늘면서 노동공급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기존에 노동시장에서 일을 하던 사람이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 경제활동 참여를 결정하는 것까지 모두 고려해 분석했기 때문에 (컴퓨터 관련 여가 증가가) 실업률 등에도 영향이 있을 거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아이티 기술이 발달하면 청년층을 중심으로 컴퓨터 관련 여가는 늘어날 공산이 크다. 특히 한은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1999∼2019년과 달리, 최근에는 오티티(OTT)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스마트폰 등으로 여가를 보내는 시간이 좀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지금의 청년층이 나이가 들면서도 지금처럼 컴퓨터 관련 여가를 중심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하면 청년층 노동공급뿐 아니라 중장년층의 노동공급에도 아이티 기술 발달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슈노트는 “아이티 기술 혁신은 향후에도 청년층 노동공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여가시간 증가가 근로자의 건강 개선과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이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 경제가 급속한 고령화로 노동공급 감소가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고려하면 노동생산성을 높여가는 것이 과거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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