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림 대표 "국내 공장증설이 더 효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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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을 짓는 국내외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고객사와 소통하기 수월한 지리적 이점이 있고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 강화에 따른 지정학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이 미국에 둥지를 마련하려는 것은 아니다. 국내 1위 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공장인수 계획을 당분간 접고 국내 공장증축에 집중하고 있다. 비용 등의 측면에서 효율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으로 향하는 바이오기업들
글로벌 6위 CDMO사인 지그프리트는 이달 미국 위스콘신주 소재의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을 큐리아로부터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회사는 이 공장을 초기 단계 의약품 개발 및 제조에 특화된 CDMO 시설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일본계 CDMO사인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지난 4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짓고 있는 의약품 생산시설에 12억달러(1조6600억원)를 추가 투자하는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1위 론자는 같은 달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로슈의 의약품 생산공장을 12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기업들도 미국으로 의약품 위탁생산거점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현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로부터 인수한 미국 시러큐스 공장에 항체약물접합체(ADC) CDMO 시설을 증축하고 있다. 차바이오텍의 자회사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는 지난 2022년 미국 텍사스주에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두 번째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칼리지스테이션에 위치한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 세포유전자치료제 생산시설. /사진=차바이오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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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내외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공장을 직접 짓거나 인수하려는 이유는 화이자, 일라이릴리 등 미국에 본사를 둔 고객사와 접점을 넓힐 수 있고, 제품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통 품질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위탁생산거점을 둔 국내 CDMO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생산시설이 있으면 고객과 영업마케팅 미팅을 하거나, 고객사의 실사를 받기 보다 수월한 이점이 있다"며 "생산한 의약품을 직접 운반할 수도 있어 변질 등의 품질이슈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최근 미 의회가 중국계 생명공학기업의 미국 내 시장진출을 제한하는 내용의 생물보안법을 발의한 것도 국내외 바이오기업들의 미국 내 공장 확보 경쟁을 부추긴 요인으로 작용했다.
법안에 따르면 중국계 CDMO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엡택 등에 생산을 맡긴 제약사들은 향후 미국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우시의 고객사들이 새 파트너사를 찾아 나선 가운데 규제위험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미국에 생산거점을 둔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폴 김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 대표는 이달 미국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행사(USA 2024)에서 "생물보안법은 미국 본토에 있는 회사에 수혜를 주는 정책"이라며 "일부 우시 고객사들이 우리에게 CDMO 협력 관련 논의를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삼바로직스 "韓 증설이 더 효과적"
이 가운데 국내 1위 바이오의약품 CDMO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한국에만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현재 인천 송도에 60만4000리터 규모의 바이오(항체)의약품 생산시설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는 2032년을 목표로 72만리터 규모의 추가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처음부터 해외 거점확보에 미온적이었던 건 아니다. 론자가 지난달 매입하기로 한 로슈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의약품 생산공장을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눈여겨 본 것으로 알려졌다. 존림 대표는 지난 2020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미국 공장투자 계획을 꾸준히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공장 인수나 설립 등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존림 대표는 USA2024에서 "미국의 공장을 인수하는 것보다 한국 공장 증설이 더 효율적"이라며 "미국 공장은 고객사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고 노후화된 문제도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유럽 등과 비교해 경험과 숙련도가 높은 직원들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도 국내만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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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유전자치료제도 송도에서?
이 같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략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업계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초 신성장 사업으로 항체약물접합체 외에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에는 삼성물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미국계 세포유전자 치료제 기업인 라투스바이오에 투자하기도 했다. 따라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포유전자치료제로 사업영역을 넓히려면 언젠가 해외에 생산기반을 마련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항체와 달리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은 고려해야 할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세포유전자치료제와 관련한 전문인력이 국내에 부족하고 극저온인 상태로 보관 및 이동해야 하는 특성상 품질관리 측면에서 현지시설이 국내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내 CDMO 업체 한 관계자는 "기술이나 공정이 이미 확립된 항체의약품과 달리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비교적 신기술로 전문인력을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다"며 "미국은 세계 최대 CGT 시장으로 운송이나 영업마케팅 등의 측면에서 현지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게 유리한 이점이 많다"고 했다.
전날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및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을 하는 독일계 기업인 IDT바이오로지카를 인수하기로 한 것도 우수한 인력과 기술, 생산시설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바이오는 인력전쟁인데 지금 독일에는 상당히 좋은 인력이 많이 있다"며 인수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 유치 가속화를 위해 향후 미국 동부, 유럽 등으로 해외 거점을 확대 추진할 예정"이라며 "직접 증설 혹은 M&A 등 진출 방법 등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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