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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조원 재산 가진 카지노 재벌 애덜슨
지난 2018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 메달’을 수여받는 미리엄 애덜슨.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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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카지노 재벌 셸던 애덜슨(1933~2021) 전 샌즈그룹 회장의 배우자인 미리엄 애덜슨(79)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1억달러(약 1400억원) 이상을 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지독한 친(親)이스라엘주의자인 미리엄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한 트럼프 2기 정부의 태도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외교 정책에 발언권을 가진 가장 강력한 민간인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애덜슨 부부는 보수 진영의 큰손으로 막후 영향력이 상당했다. 이제 미 정가는 홀로 남은 미리엄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미리(Miri)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미리엄은 1945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태어났다. 텔아비브대 새클러 의대를 졸업한 의사 출신으로, 약물 중독에 대한 여러 논문을 발표하고 병원도 운영했다. 셸던과 1991년 재혼해 30년을 살며 슬하에 두 아들을 뒀다. 금발과 분홍색 무테 안경이 트레이드 마크다. 2015년부터 트럼프를 후원해온 애덜슨 부부는 지난 대선에서 친(親)트럼프 수퍼팩(Super PAC·자금 모금과 지출에 제한이 없는 민간 정치 조직)에 7500만달러를 기부했다. NYT는 “300억달러(약 42조원)가 넘는 돈을 이용해 영향력을 사고 세상을 움직이는 데 익숙하다”고 했다. 지난해엔 미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을 인수했다.
셸던이 2021년 88세로 세상을 뜬 뒤 대선을 앞둔 트럼프는 지난해부터 총 여섯 차례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등 미리엄의 지갑을 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미리엄에게서 셸던의 넥타이를 선물받은 트럼프가 다음 번에 그 넥타이를 매고 자리에 나와 미리엄을 감동시킨 일도 있었다. 트럼프와 대선 경선에서 경쟁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도 가까운 미리엄은 “헤일리가 경선에 남아 있는 동안에는 트럼프에게 기부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당 기간 트럼프의 구애에 확답을 주지 않았다. NYT는 “3월 초 헤일리가 낙마하고 나서야 미리엄은 10년 넘게 수억달러가 솟아났던 유명한 ‘애덜슨 간헐천’이 다시 분출할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고 했다.
미리엄은 이스라엘 방위군 장교를 지냈고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 유창한 히브리어를 구사하고 1년 중 상당 기간을 이스라엘에서 보낼 정도로 모국에 대한 애국심이 강하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선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으로서 중동 문제를 담당한 재러드 쿠슈너를 압박해 텔아비브에 있던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도록 했다. 유엔이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의 공동 성지(聖地) 예루살렘을 특정 국가에 속하지 않는 국제 도시로 규정한 가운데, 미국의 강력한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준 파격 조치였다. 미리엄은 2018년 5월 열린 대사관 개소식에서 맨 앞줄에 앉았고, 다음 정부가 이 조치를 되돌리지 못하도록 종전 대사관저 별장 부지를 8800만달러(약 1220억원)에 사들일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이 때문에 워싱턴 정가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분노와 깊은 불안을 느꼈다”는 미리엄이 트럼프 2기 정부가 현실화 할 경우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미리엄이 이스라엘 정부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합병을 공개 지지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설치하며 강제 합병을 추진해왔는데, 이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고 이스라엘과 공존토록 하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두 국가 해법’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미리엄은 이런 관측을 부인했지만 그와 가까운 인사들은 언론에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절대 반대하는 미리엄은 합병을 지지한다”고 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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