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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인디이콘의 경제M] 올 하반기 외환시장, 달러화 강세와 21세기 트리핀 딜레마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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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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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2024년 하반기 채권시장 전망으로 '금리방향은 경기사이클, 금리변동은 인플레이션에 좌우'라는 시선을 전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2024년 하반기 외환시장 전망으로 '달러화 강세와 21세기 트리핀 딜레마'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최근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재개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90원을 넘었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를 지연하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이 6월에 금리인하를 시작한 것 등이 달러화 강세를 촉발시켰습니다. 역사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은 경우는 1997 외환위기 2009년 금융위기 2022년 인플레위기로 세 번 있었는데, 모두 경기위축과 금융불안이 전개됐기 때문에 걱정이 됩니다. 2024년 하반기 이후 원/달러 환율, 그리고 전세계 외환시장은 어떤 방향성과 변동성을 보이게 될까요?

우선 2024년 하반기 원/달러 환율에 대한 저의 전망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3분기 1400원 내외에서 고점을 형성한 이후, 4분기부터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행히 현재는 한국의 무역수지가 소폭의 흑자를 유지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의 상승 변동성은 제한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폭은 제한적일 것입니다. 한국의 균형환율(국내외 자금이동과 실물경제의 균형을 충족하는 환율)이 1200~1300대에서 1300~1400대로 상향 이동하고 있다고 추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외환시장의 구도는 2025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아래 그래프는 한국의 외환보유고와 원/달러 환율 추이를 나타내고 있는데, 제 추정의 근거를 집약해 보여줍니다. 한국의 무역흑자는 감소하고, 한국의 해외투자는 증가하면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수요는 증가하고, 달러화 공급은 감소하게 될 전망입니다. 이러한 여건에서 추세적으로 늘어났던 외환보유고는 감소-유지로 전환되고, 원/달러 환율의 변동은 하락-유지보다는 상승-유지의 압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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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외 유로·중국·인도·일본의 외환시장 여건도 한국과 유사합니다. 2024년 하반기~2025년은 대체로 달러강세의 압력을 받으면서 각국 경상수지·금리정책·자금이동 여건에 따라 달러화 대비 각국 통화의 균형환율이 결정될 것입니다.

미국 달러화는 경상적자 축소와 안전자산 강화로 강세 유로 유로화는 경상흑자 유지와 달러강세 영향으로 소폭 약세 중국 위안화는 경상흑자 축소와 국제화 확대로 소폭 약세 인도 루피화는 경상적자 확대와 달러강세 영향으로 약세 일본 엔화는 경상흑자 축소와 달러강세 영향으로 약세를 보일 전망입니다. 대체로 현재 수준에서 미 달러화 대비 평가절하(통화약세)가 전개된 수준에서 균형환율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4~2029년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플러스(+) 3~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전망은 한국의 교역조건이 악화된 2022~2024년 이전 시기로 정상화되는 것을 기초로 하고 있고, 현실화된다면 원/달러 균형환율은 1200~1300원대로 하향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세계 정세와 교역 구도로 볼 때 한국 수출환경은 악화, 수입비용은 증가한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 원화는 경상흑자 축소와 달러강세 영향을 보이면서, 유로화·위안화·루피화·엔화와 마찬가지로 약세압력을 받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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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외환시장의 장기적인 구도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그 이전에는 달러화의 장기적인 약세, 그 이후에는 달러화의 장기적인 강세로 전환됐습니다. 2008~2009년 이전에 전세계 경제와 무역여건은 신흥국, 특히 중국이 수출하고, 선진국, 특히 미국이 수입하는 구도였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무역흑자와 미국의 무역적자가 증가했고, 달러화는 약세, 위안화 및 비달러화 통화는 강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2008~2009년 이후 전세계 경제와 무역여건은 반대의 전환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즉 미국은 수입을 줄이고 수출은 늘리며, 중국은 내수의 강한 성장을 기반으로 수출을 줄이고, 수입은 늘리는 경향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2018~2019년부터는 미중간 무역갈등을 보이면서 관세를 인상하고, 2020년 이후부터는 미국이 정책과 규제를 자국 산업과 투자에 유리하도록 하면서, 리쇼오링(reshoring, 제조·인력·시설 투자의 본국 환류)과 국내투자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미국이 자국생산을 늘리면서 무역적자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미 달러화의 장기적인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아래 그래프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주요 7개국(G7, 미국·일본·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과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경상수지와 미 달러화 지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2008~2009년을 기점으로 G7 경상적자는 축소되고, 달러화는 지수의 장기적인 방향이 상승으로 전환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을 포함한 G7 경상적자가 다시 크게 늘어났지만, 이러한 불균형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으므로, 미국 등 선진국 경상적자 축소, 중국 등 신흥국 경상흑자 축소가 전개되고 달러화는 지속적인 강세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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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상적자가 줄고, 이를 반영해 달러화 강세가 전개되는 것은 전세계 무역 불균형을 조정하겠지만,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기능은 약화될 것입니다. 전세계 무역과 경제성장이 활발하게 나타나기 위해서는 달러화 가치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달러화를 빌리거나 자금조달하는 비용, 즉 미국의 금리도 낮은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만 전세계 경제주체들이 달러화를 빌리고, 달러화로 구매하겠지요. 반대로 달러화가 비싸지거나 금리가 높으면,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쓰기보다는 축적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입니다.

트리핀 딜레마는 국제경제의 기축통화는 유동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충족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놓여진다는 것입니다. 유동성은 많이 풀릴수록 좋지만, 많이 풀리면 신뢰성은 떨어지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트리핀 딜레마가 처음 제기된 시기는 1960~1970년대였는데, 이 때는 미 달러화가 너무 많이 풀리고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나타났습니다.

사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겪으면서 미 달러화가 많이 풀렸고, 미국의 재정적자·경상적자도 늘어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경상적자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근본적인 개혁에 착수하고, 연준은 높은 인플레이션에서 달러화의 신뢰성을 유지하고자 고금리와 유동성을 흡수하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알아차린 영민한 외환시장은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장기적인 가치를 강세로 반영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21세기 트리핀 딜레마는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기축통화의 유동성 기능이 저하되는 새로운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음에는 21세기 트리핀 딜레마를 시작으로 '2024년 하반기 크립토 시장 전망'과 '금융의 미래'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임동민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임동민 님은?
동부증권 애널리스트와 KB투자증권,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지금은 임팩트 투자사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벤처 파트너, 민간 비영리 싱크탱크 랩2050(LAB2050) 이코노미스트로 재직 중이다. 그리고 '인디이콘'이란 이름으로 독립적인 경제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매일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경험하고, 실물경제를 분석하고, 시장과 경제에 대한 단기 및 중장기 전망을 제시해 왔다. 전통적인 실물경제,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디지털금융 및 포용금융, ESG 투자, 블록체인 및 암호자산 등 새로운 트렌드에도 관심이 많다. '인디이콘의 경제M'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미래 경제를 내다보는 독립적이면서도 균형 있는 시선을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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