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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초미니 중학교 63곳, 학생당 예산 1억 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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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곳곳서 비효율적 운영

조선일보

지난 2월 전북 남원시의 한 중학교 교실에 책상 5개가 놓여있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13명에 불과해 인근 중학교들과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다. 교육계에선 학생 수가 너무 적은 ‘초미니’ 중고교들은 인근 학교와 통폐합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해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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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의 A중학교는 1학년 1명, 2학년 3명, 3학년 1명 등 학생 수가 5명인 ‘초미니 학교’다. 이 학교에 운영비, 학생 복지비 등으로 올해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2억5692만원이다. 학생 1명당 약 5138만원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 학교는 교사가 6명, 행정 직원이 2명으로, 직원이 학생보다 많다. 이들 인건비에 쓰이는 정부 예산까지 포함하면,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억 단위로 뛴다.

반면 서울 강남의 B중학교는 학생 수가 1009명인데 올해 정부가 운영비·복지비 등으로 투입하는 예산은 7억6224만원이다. 학생 1인당 75만원이다. A중학교의 약 70분의 1 수준이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A중학교 같은 소규모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교육계에선 “소규모 학교를 유지하려 지나치게 비효율적으로 예산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에 중·고교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통폐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가 2024년 학교 공시 정보 등을 분석한 결과, 전국 중학교 3305개 중 A중학교처럼 학생 수가 10명 이하인 ‘초미니 학교’가 63곳에 달했다. 이 중 분교를 제외한 50곳의 평균 학생 수는 7.5명인데, 교사 등 직원 수는 평균 11.2명이었다. 전북 B중학교는 학생은 3명인데 교직원은 10명이다. 이 초미니 중학교들에 올해 들어가는 정부 예산은 평균 2억1927만원으로, 학생 1인당 3000만원씩 투입되는 셈이다. 이는 교직원 인건비를 제외한 예산이다.

김한수 경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런 초미니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매년 학생 1명당 교육비로 수천만원씩 쓰지만 실제 그 학교가 창출하는 교육의 질은 이에 훨씬 못 미쳐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면서 “인근 학교들을 통합해 거점형 기숙학교로 만들면 예산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줄고 학생에게 돌아가는 교육과 복지 수준도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A중학교는 반경 20km 이내에 다른 중학교가 8곳, B중학교 주변에는 11곳이 있다. 이 학교들을 통합하면 양질의 교사와 시설 확보가 가능해 교육 수준이 되레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 전북교육청이 올해 초 2028년까지 남원의 4개 면 중학교를 1개로 통합하는 거점형 기숙 중학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학교 통폐합은 쉽지 않다. 교육부는 학생 수 60명 이하 ‘미니 학교’ 통폐합을 권고하고 있다. 통폐합을 하면 지원금 90억원도 준다. 그러나 “지역 소멸이 가속화된다” “통학이 불편하다” 등 이유로 주민과 동문의 반발이 거세 통폐합이 안 되는 곳이 많다. 2012년 455곳이던 ‘미니 중학교’는 올해 584곳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미니 고등학교’도 51곳에서 93곳으로 증가했다.

‘미니 초등학교’도 2012년 1447곳에서 올해 1639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중고교생과 달리 초등학생들은 너무 어려서 기숙사 생활을 하거나 장거리 통학을 하기 어렵고, 학교가 보육 기능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통폐합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교육계에서 나온다.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떼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구조도 미니 학교 통폐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학교 운영비와 교직원 인건비 등 학교 운영 예산은 대부분 교부금에서 나온다. 학령인구는 감소하는데 세수는 늘어 매년 시도교육청에 교부금이 넘치게 들어오다 보니 지역 반발을 무릅쓰고 학교를 통폐합할 동기가 없다는 것이다. 김훈호 공주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학교 통폐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조치를 마련하지 않는 한 소규모 학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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