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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특검’ 놓고 갈라진 與당권주자…한동훈 “조건부 수용” 羅·元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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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3인 출마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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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그리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선거 출마선언을 하고있다. 2024.6.23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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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의 당 대표 선출을 위한 레이스가 막을 올렸다. 앞서 출마선언을 한 윤상현 의원에 이어 23일엔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나란히 출사표를 던졌다.

나 의원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일찌감치 선언하며 ‘당권·대권 분리’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용산과의 관계에 대해선 ‘당정 동행’이라는 키워드를 꺼냈다.

원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신뢰관계를 부각시키면서도 ‘레드팀’을 구성해 민심을 적극 전달하는 창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가장 선명하게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둔 것은 한 전 위원장이었다. 그는 ‘당정관계 쇄신’을 강조했고 무엇보다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민주당이 아니라 대법원장 등 제3자가 임명하는 쪽으로 수정된다면 여당이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이 즉각 반대 의견을 밝히며 신경전이 시작됐다.

이번 전당대회 구도는 사실상 한 전 위원장이 당원 지지에 힘입어 ‘1강’으로 치고 나가는 가운데 나머지 후보들이 ‘합종연횡’을 꾀하는 모양새로 전개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선 경선 과정에서 단일화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차기 대표 출마를 선언한 4인방은 24~25일 후보 등록을 거쳐 26일부터 전당대회가 열리는 다음달 23일까지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전당대회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7월 28일에 결선 투표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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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도 앙금도 없다…대선 출마않고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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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2024.6.23 [김호영 기자]


23일 릴레이로 국민의힘 대표 도전을 선언한 후보 3명 중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건 나경원 의원이었다.

나 의원은 4·10 총선에서 자신이 승리한 점을 부각하며 ‘원외 인사’인 한동훈 전 위원장·원희룡 전 장관과 차별화를 노렸다. 또 차기 당 대표의 핵심 역할은 2027년 대통령 선거를 위해 당 체질을 바꾸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본인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나 의원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국민의힘은 제대로 바꿀 수 있는 사람, 정말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저는 바꿀 사람, 이길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지자들 응원 속에 초록색 재킷을 입고 등장한 그는 “이겨 본 사람만이 이기는 길을 안다”며 “시행착오 감당할 여유는 이제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책임지지 않는 정치, 미숙한 정치, 염치없는 정치에 맡길 수 없다”고 한 전 위원장을 겨냥했다.

나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5선 고지를 밟았다. 서울 동작을이 지역구인 그는 여당 내 몇 안 되는 수도권 의원이기도 하다.

나 의원은 ‘당정 동행’을 강조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밀어주고 끌어주며 같이 갈 것”이라며 통합과 균형을 내세웠다. 그는 “저는 계파도 없고, 앙금도 없다”며 “줄 세우는 정치, 줄 서는 정치는 제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는 훌륭한 대권주자가 많다”며 “당 대표는 묵묵히 대권주자를 빛나게 해야 한다. 계파 없고, 사심 없는 제가 그 적임자”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에게 있어서 대권의 꿈은 접을 수 없는 소중한 꿈이었으나,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나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자천타천으로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으로 꼽히는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신임 당 대표 임기는 2026년 6월 지방선거 직후까지인데, 2027년 5월 대선에 나가려면 당헌·당규상 내년 말에 당권을 내려놔야 한다.

이 밖에 나 의원은 22년간 보수당원으로 걸어온 정통성을 내세웠다. 그는 “언제나 흔들림 없이 보수를 지켜왔고, 뿌리 깊은 나무만이 시련의 계절을 견딘다”며 “국민의힘은 더 깊고 튼튼한 뿌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어려운 선거마다 당을 위해 희생했고 헌신했고 위기 앞에 움츠리지 않고 가장 앞장서서 싸웠다”며 “보수 재집권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그가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내 건 대표 구호는 ‘유능한 민생 정당, 용감한 책임정당, 윤석열 정부 성공, 다시 이기겠습니다’였다.

한편 나 의원은 이날 한 전 위원장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조건부 수용론을 내놓자 즉각 “민주당의 특검은 진실 규명용이 아니라 정권 붕괴용”이라며 “한 후보의 특검 수용론, 순진한 발상이고 위험한 균열”이라고 각을 세웠다.

당정 수평관계 구축…특검, 3자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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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7월 개최되는 전당대회에서 선출할 당대표에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2024.6.23 [김호영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10 총선 후 사퇴한 지 73일 만에 여의도로 돌아왔다. 당권 도전 선언과 함께 전면에 내세운 건 ‘변화’였다. 그는 핵심 메시지로 ‘수평적 당정관계 수립’을 제시했다. 채상병 특검과 관련해서도 그는 제3자가 특별검사 임명권을 가져간다는 전제를 내걸고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3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며 “우리가 눈치 봐야 할 대상은 오로지 국민”이라며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으로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당이나 정이 민심과 다른 길을 가면, 한쪽에서 견고하고 단호하게 민심의 길로 견인해야 한다”며 “제가 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이 정부와 충실히 협력하지만 꼭 필요할 땐 합리적인 견제와 비판, 수정 제안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그것이 우리가 어렵게 탄생시킨 윤석열 정부를 흔들림 없이 지켜내고 정권을 재창출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의힘 재건 방안에도 장시간을 할애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두 달은 반성과 혁신의 몸부림을 보여줬어야 할 골든타임이었다”면서 “그런데 우리는 국민 요구에 묵묵부답,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만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보수 정치인들이 훌륭해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원외 정치인 현장사무실 개설 허용 △여의도연구원 기능 강화 △정치저변 확대를 꼽았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은 “지역 현장 중심의 풀뿌리 정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원외 정치신인들이 평소에도 지역 현장에서 민심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생활정치를 할 수 있도록, 현장사무실 개설 허용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원외 인사들이 희망하는 지구당 부활론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그는 “(우리 정치에는)군대의 사령관 같은 권위적 리더십이 아니라, 히말라야를 함께 등반하는 셰르파 같은 동반자 리더십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대야 관계 관련해선 “야당과 자주 만나 논쟁하고 설득하겠다. 국민을 위해 설득당해야 할 사안이라면 기꺼이 설득당하기도 하겠다”며 “이 난국을 타개하는 구심점이 되겠다”고 밝혔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채상병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과 관련해서도 질의 응답 과에서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채상병 특검 관련해 국민 의구심을 풀어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을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민주당이 특검을 고르면 논란이 끝나지 않고, 진실도 규명할 수 없다”며 “공정을 담보할 수 있는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을 골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검법 발의 조건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종결을 내걸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선 “특검 도입 사안이 아니다”라며 “대신 국민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특별감찰관 추천과 제2부속실 설치를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 전 위원장의 출마선언문은 6900자에 달했다. 분량이 가장 적었던 원희룡 전 장관(563자)의 12배였다.

尹대통령과 신뢰관계…레드팀 만들어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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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7월 개최되는 전당대회에서 선출할 당대표에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2024.6.23 [김호영 기자]


“원팀이 돼야 한다. 108석으로는 똘똘 뭉쳐도 버겁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신뢰관계를 앞세우면서 ‘친윤’ 후보로서 면모를 감추지 않았다. 다만 ‘당정 원팀’을 강조하면서도 민심을 윤 대통령에게 전달할 ‘레드팀’을 두겠다고 공약했다. 또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가 먼저라는 원칙을 내세웠다.

원 전 장관은 23일 “이러다가 다 죽는다.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말로 출마 선언을 시작했다. 그는 “여당 선거인데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했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 제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는 “신뢰가 있어야 당정관계를 바로세울 수 있다. 저는 대통령과 신뢰가 있다”며 “레드팀을 만들고 레드팀이 취합한 생생한 민심을 제가 직접 대통령께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레드팀이란 기업이나 각종 조직에서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 팀을 가리킨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고, 무도한 세력에 맞서서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주당은 의석수를 무기로 국회의 오랜 전통과 관행을 짓밟고 있다”며 “야당의 폭주, 정면돌파하겠다. 협치는 하지만 무릎꿇지 않겠다”고 날을 세웠다.

원 전 장관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위원장과 분명한 시각차가 드러난 대목이다. 원 전 장관은 “공수처의 수사가 철저히 진행되도록 하고, 진행 결과를 보고 미진함이 있다면 그때 특검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소조항에 대한 여야 협의가 이뤄진다면 그런 부분에서까지 논의가 열려있지 않다고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의 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는 특검법이 기정사실화돼있는데 이것을 찬성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강경하게 반대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도 검찰의 수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원 전 장관은 관련 질문에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고, 국민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영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원 전 장관은 “이미 했던 약속을 안 지키고 있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부터 해소해야 국민과 대통령실 간 거리가 좁혀질 수 있다”며 “그런 것들이 레드팀의 최우선적 의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권 잠룡으로도 꼽히는 원 전 장관은 한 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원 전 장관은 “2년, 3년 뒤는 국민들께서 어떻게 불러주시냐에 따라 생각할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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