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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미국서 K선박 만든다…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 1300억에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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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 필리 조선소 전경. 사진 한화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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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사가 미국 현지 생산을 시작한다. 상업용 배 건조뿐 아니라 함정 사업 확대를 위한 현장 기지로 활용하는 게 목표다. 한화그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Philly) 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인수 대금 1억 달러(1380억원)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나눠 낸다.

한화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의 미 현지 생산은 처음이다. 필라델피아 남쪽 델라웨어강변에 있는 필리 조선소는 노르웨이 석유·가스·재생에너지 전문기업 ‘아커(Aker)’의 자회사였다가, 이번 계약에 따라 한화로 소속을 옮기게 됐다. 필리 조선소의 전문 영역은 연안을 주로 운항하는 상선 건조다.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 등 미국 내 대형 상선의 약 50%가 필리 조선소에서 나왔다.

한화가 인수 검토 과정에서 특히 눈여겨본 건 다양한 분야의 선박 건조 실적이다. 필리 조선소는 미 교통부 해사청(MARAD)의 대형 다목적 훈련함, 해양풍력설치선, 관공선 등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 해군 수송함의 수리·개조 사업도 핵심 사업 영역 중 하나다.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해상풍력설치선 철강 절단식(건조 과정에서 치르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 조선소를 찾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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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필리 조선소 전경. 사진 한화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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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시스템은 시스템 관련 솔루션인 ECS(통합제어장치)·IAS(선박 자동제어시스템) 등을 필리 조선소의 상선 라인업과 접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무인수상정이나 함정 등 특수선으로 시장 확대를 노린다. 미국 함정시장은 해군의 함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화오션도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설비를 갖춘 필리 조선소를 기반으로 중형급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수주를 확대할 방침이다. 조선 업계에선 글로벌 잠수함·함정 시장 규모가 앞으로 10년간 2430억 달러(약 338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화는 지난해 말에도 호주 방산 조선업체 오스탈(Austal) 인수를 추진했었다. 한화오션이 10억2000만 호주달러(약 9400억원)의 인수 제안을 한 뒤 올해 초 실사 직전 단계까지 갔다. 양측은 호주 당국의 외국인투자 규제 심사 등을 통과하는 대로 구체적인 협상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는 “필리 조선소 인수를 통해 글로벌 선박과 방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며 “중동·동남아·유럽을 넘어 미국 시장까지 수출 영토를 확장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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