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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슈 국방과 무기

“전쟁 땐 서로 군사지원” 북-러 조약…정부 “궤변·어불성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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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9일 북한과 러시아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조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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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러시아가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서로 지체 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기로 합의하며 사실상 동맹 관계를 회복했다. 이런 사실은 20일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날 평양 정상회담에서 맺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전문(이하 2024년 조약)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한 ‘2024년 조약’ 제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 동맹 사이에 이뤄지는 군사적 상호 원조 의무를 규정한 것이다. 이 조항은 1961년 ‘북-소 동맹 조약’에 담긴 자동개입 조항인 “지체 없이 모든 수단으로써 군사적 원조 제공”과 유사하다. 다만, 2024년 조약은 1961년 동맹 조약에는 없던 ‘유엔헌장 제51조(자위권 행사)와 러시아연방 법(국외 파병은 연방의회 결정)과 북한 법에 준해’라는 조건을 붙여 차이를 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자동군사개입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2024년 조약을 계기로 동맹급 관계를 회복하면서,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한반도 정세는 과거 냉전 시대를 방불케 하는 한·미·일 대 북·러의 가파른 대립 구도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4년 조약에는 과거 1961년 북-소 조약, 2000년 북-러 친선·선린·협조 조약에 담겼던 ‘통일’이란 단어도 사라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같은 표현을 헌법에서 삭제하라고 말한 바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이 전략적 결단임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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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북한과 러시아가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서명이 적혀 있다. 이 조약은 한글과 러시아어로 각각 2부씩 작성되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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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는 총 23조에 이르는 이번 조약에서 군사 분야뿐 아니라 △경제 △우주 △에너지 △인공지능 △정보통신 등 광범위한 분야의 협력 강화도 담았다.



정부는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연 뒤 ‘정부 성명’을 내어 “북·러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해 상호 군사,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엄중한 우려를 표하며,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침략전쟁을 일으킨 북·러의 전력을 거론하며 이들의 군사협력이 “궤변이요,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방독면 등 비살상 군수물자만 지원하고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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