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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단독] ‘수사 언급하면 안 됨’ 국방부 회의 때 대통령실 전화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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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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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순직사건의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는 지시가 처음 공식 확인되는 국방부 회의에도 대통령실의 관여가 의심되는 통화기록이 드러났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이 불거진 지난해 7월31일 오후 1시30분께 현안회의를 열었는데, 회의 전후로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회의 참석자들과 여러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정종범 당시 해병대부사령관은 이 장관의 지시 등을 메모했는데, 이 메모에는 ‘누구누구 수사 언동하면 안 됨’ ‘법적 검토 결과, 사람에 대해서 조치·혐의는 안 됨’ ‘경찰이 필요한 수사자료만 주면 됨’ 등 10가지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7월31일 이 전 장관 주재로 열린 국방부 현안회의에는 박진희 당시 국방부 군사보좌관, 유재은 법무관리관, 전하규 대변인, 허태근 당시 정책실장 등 5명이 참석했다. 정 부사령관은 1시간 남짓 늦은 오후 2시20분께 회의에 합류했다.



20일 한겨레가 확보한 임기훈 당시 비서관의 통신기록을 보면, 임 비서관은 낮 12시46분께 박 보좌관에게 전화했고, 회의가 열리기 6분 전에는 박 보좌관이 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3분43초 동안 통화를 했다. 통화 뒤 박 보좌관은 유 관리관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후 회의가 시작됐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전 대변인 역시 정 부사령관이 도착한 뒤인 오후 2시20분께 임 비서관과 1분가량 통화 했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임 비서관은 이 장관, 박 보좌관, 전 대변인과 추가 통화를 이어갔다.



이런 정황을 이유로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 쪽은 정 부사령관이 메모한 10가지 지시는, 대통령실의 판단이 국방부를 거쳐 해병대에 전달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메모에는 법률 검토와 관련한 내용이 담겨있는데, 회의 참석자 가운데 유일하게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유 관리관은 이날 현안회의에서 처음 채 상병 순직사건 처리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때문에 대통령실의 법률 검토가 임 비서관을 통해 당시 회의에 전달된 게 아이냐는 의심이 나온다.



회의에서 누가 저런 지시를 했는지 관련자들의 진술은 엇갈리고 있다. 정 부사령관은 군검찰 조사에서 메모가 이 장관의 지시였다고 밝혔다가 이후 조사에선 유 관리관이 한 발언이라고 말을 바꿨다. 반면 유 관리관은 지난해 군검찰 조사에서 “장관께서 부사령관에게 어떤 지시를 하는 데 법적 조언을 한 것은 없다”고 진술했다가 올해 5월엔 “내 설명을 장관의 말투로 설명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채상병 특검법 청문회와 공수처 수사를 통해 누가 국방부에 혐의자 제외를 지시했는지 규명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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