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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기·사우나 통해 전파되는 ‘이 세균’··· 저체중 환자에게 더 위험한 이유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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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비결핵 항산균에 감염되면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물과 토양 등 주변 자연환경에 서식하는 ‘비결핵 항산균’이 폐질환을 유발해 악화시키는 과정을 밝혀낸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체질량지수(BMI)가 낮아 마른 체형인 환자에게 병세가 더 악화되는 이유도 확인됐다.

연세대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신성재 교수 연구팀은 비결핵 항산균 폐질환 환자 중 낮은 체질량지수와 관련된 대사적 요인이 질병을 악화시키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이바이오메디신(eBioMedicine)’에 게재됐다.

‘결핵의 사촌’ 또는 ‘유사결핵’이라고도 불리는 비결핵 항산균은 주위 환경에서 흔히 발견되며, 샤워기·분무기·사우나 등이 주된 감염원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결핵균과 달리 이 균에 노출된다고 해서 무조건 폐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데, 저체중이나 면역이 약화된 상태의 환자, 만성 폐질환이 있는 환자 등 취약한 상태에 있다면 감염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결핵 항산균 감염은 림프절염, 피부·연조직·골감염을 비롯해 전신 감염도 일으킬 수 있으나 폐질환을 유발하는 경우가 가장 흔해 90% 이상을 차지한다.

비결핵 항산균 200여 종 중에서도 ‘미코박테륨아비움복합체(MAC)’는 만성 세균성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데, 최근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도 유병률·발생률이 급증해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이 세균에 감염된 환자 가운데 체질량지수가 낮은 환자의 비율이 높아 이같은 특징이 병의 악화와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는 추정했으나 명확한 메커니즘을 밝혀낸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에 연구진은 실험용 생쥐(마우스 모델)를 통해 체질량지수가 낮은 상태가 MAC 폐질환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확인했다. 기존에는 MAC 폐질환에 저항성을 보이던 생쥐에게 저단백 식단을 줘 체질량지수가 낮은 상태로 만든 뒤 병세의 변화를 관찰한 것이다.

그 결과, 생쥐의 체질량지수가 정상 범위에 있을 때는 안정적이었던 질병 상태가 낮은 체질량지수 상태로 바뀐 뒤 진행형으로 전환되며 지질대사의 변화도 나타났다. MAC 폐질환 진행성 환자의 혈청 내 지방산 수준이 높게 나타나는 것과 비슷하게 실험용 생쥐의 폐 조직에서도 지방산을 소화하는 작용과 관련된 유전자들의 발현이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방산 흡수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CD36’의 발현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체내에 들어온 이물질을 잡아먹는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인 큰포식세포 내부에도 지방질 축적량과 세균 증식이 늘었다.

연구진은 저단백 식이를 섭취한 마우스에 영양을 보충하거나 CD36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투여했을 때, 교란된 지질대사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세균의 양 또한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신성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MAC 폐질환에서 낮은 체질량지수와 관련된 지질대사 교란 요인이 질병 악화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면서 “대사적 경로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통해 비결핵 항산균 폐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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