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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르포]'소주 1위' 하이트진로의 베트남 공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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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맥주거리서 시음행사 등 프로모션 진행
한국 소주 인기에…현지 유사소주들 늘어
저렴한 '맥주' 소비 많아…소주 '가격대' 장벽 관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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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후지마트 주류매대에 하이트진로 소주가 진열돼 있다. / 사진=김지우 기자 zuzu@


하이트진로가 맥주 비중이 높은 베트남 시장에 소주로 승부수를 띄웠다. '소주=진로'라는 공식을 베트남에 인식시키기 위해 마트 중앙매대 공략부터 거리 프로모션, 시음행사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베트남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주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소주의 대중화를 이루기엔 '높은 가격'이 장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진로 따라가자"

지난 13일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후지마트 증류주 매대에는 각종 소주들이 진열돼 있었다. 중앙 매대를 차지한 제품은 하이트진로의 일반소주와 과일소주다. 맨 윗 줄은 '참이슬', '진로' 등 일반소주가, 그 밑에 세 줄은 '청포도에 이슬', '복숭아에 이슬', '딸기에 이슬', '자두에 이슬', '자몽에 이슬' 등 과일소주 5종이 비치돼 있다.

오른쪽으로 돌아 코너 안쪽으로 들어가자 '담소', '아라', '태양' 등 다양한 과일 소주가 놓여 있었다. 이 제품들은 모두 녹색병에 360㎖ 용량, 한글 제품명이 적혀 있다. 태양은 태국 타완댕이 만든 소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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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마트에 진열된 다양한 브랜드의 소주들 / 사진=김지우 기자 zuzu@


후지마트에서 하이트진로의 증류주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후지마트는 베트남에서 우리나라로 치면 롯데슈퍼, 이마트에브리데이, GS더프레시 등과 같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총괄 전무는 "하이트진로의 제품력이 뛰어난 만큼 유사 브랜드들이 계속해서 진로와 비슷하게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현재보다 더 과감하게 차별화할 예정이며 브랜드 커뮤니케이션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주거리 파고 든 하이트진로

같은 날 오후 베트남 하노이 맥주거리. 둠칫둠칫 몸을 흔드는 두꺼비 인형탈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인형탈의 정체는 하이트진로의 캐릭터인 '두꺼비'다. 우리나라에서처럼 인파가 붐비는 거리에서 제품을 홍보하고 있었다.

음식점에서 만난 한 베트남 여성은 "소주를 마신 지 3년 정도 됐다"며 "친구들과 복숭아 등 과일소주를 마시는 걸 좋아한다. 소주를 평상 시에 마시진 않지만 한국 음식을 먹을 땐 소주를 시킨다"고 말했다.

베트남 맥주거리에서 대부분의 음식점 손님들은 맥주를 즐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점들마다 냉장고 한 켠에는 소주를 마련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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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맥주거리에서 하이트진로 캐릭터 '두꺼비' 인형탈을 쓴 이들이 홍보하고 있다. / 사진=김지우 기자 zuzu@


맥주거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비(46) 씨는 "요즘 소주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면서 "주로 젊은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맥주거리에서 삼겹살 등 고기와 진로 등의 소주를 판매하는 진로BBQ는 월 8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진로BBQ는 2019년 1호점을 연 이후 현재 4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김광옥 진로BBQ 점주는 "현지에서도 소주와 삼겹살 등의 고기를 페어링해서 먹는다"며 "70~80%가 리큐르(과일소주)고 레귤러(일반소주)가 20% 정도 팔린다. 손님 10명 중 7~8명이 여성이다. 주로 20대 여성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소주와 맥주는 8대 2, 과일소주와 레귤러 소주는 7대 3 비중으로 각각 팔린다"면서 "처음에 소맥이라는 말이 없어 직접 소맥을 많이 전파했다. 젊은 층에게 한국 드라마가 유명해지면서 이젠 소맥을 먹는 분들이 더러 있다. 4명 테이블 기준 평균 2병 정도 먹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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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맥주거리에 있는 음식점들에 소주가 마련돼 있다. / 사진=김지우 기자 zu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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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거리에서 만난 베트남 현지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소주를 아는지 묻자 "소주를 접한 적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호주인 루비(22) 씨와 조엘(28) 씨는 "호주에서도 마트, 음식점 등에서 사먹을 수 있다"며 "3년 전에 처음 소주를 마셔봤는데 물처럼 마시기 편했다"며 친구들과 함께 마신다고 말했다.

다른 가게에서 만난 호주인 샘(27) 씨는 "2년 전 호주 알콜숍에서 구매해 한번 마셔봤다"면서 "소주는 호주에서도 점점 유명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맥주 이길 수 있을까

소주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하곤 있지만 대중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베트남 주류시장은 맥주 비중이 70~80%를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맥주는 낮은 도수와 탄산이 주는 시원함과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어 왔다.

하지만 최근엔 K-콘텐츠와 한국 대형마트·편의점의 베트남 진출로 한국산 주류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베트남에서 주목받는 소주는 '과일소주'다. 10도 중반대의 알코올 도수인 다양한 과일맛의 소주가 출시되면서 취향에 따라 골라 마시는 추세다. 물론 베트남에도 하노이 보드카, 넵머이와 같은 전통주가 있다. 하지만 알코올 도수가 40~50도 수준이라 술자리 자체를 즐기는 베트남 사람들이 자주 찾는 술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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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현지인들이 하노이 맥주거리에서 진로 프로모션에 참여하고 있다. / 사진=김지우 기자 zuzu@


베트남 등 동남아 주류시장에서 하이트진로가 승기를 잡기 위해선 '가격'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하이트진로 소주는 후지마트에서 병당 6만5000동(한화 약 3500원)에 판매된다. 다른 유사소주에 비해 가격이 높다. 게다가 유사소주들은 마트에서 할인해 4만5000동(한화 약 2400원)가량에 판매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소주가 비싼 이유는 관세와 특별소비세가 붙기 때문이다. 소주는 알코올 함유량 20도 이하인 수입품으로 특별소비세율 35%가 적용된다. 하이트진로는 높은 가격대를 극복할 전략을 '노출'과 '경험'을 내세운다. 젊은 세대들에게 더 많이 노출하고 더 많이 경험하도록 해 소비 확대로 이끌겠다는 의미다.

조성균 하이트진로 베트남 법인장은 "베트남에선 증류주 소비가 많지 않지만 하이트진로는 소주의 세계화를 선포한 후 6년이 지난 현재 베트남 시장 1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면서 "현지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콘텐츠와 제품들을 통해 소주를 대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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