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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최태원-노소영 '세기의 이혼'속 계산실수, 뿌리까지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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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워치]
판결문 오류 따른 재산분할 영향 놓고 '분분'
재판부 실수 캐치로 반전계기 마련할지 주목


'세기의 이혼' 소송 중인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이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치열한 논리 싸움에 각종 변수들이 더해지며 공방전 규모 역시 역대급을 예감케 한다.

비즈워치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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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반전의 연속이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재산분할 규모가 세간의 이목을 끌어모은지 얼마 되지 않아 최태원 회장이 반격에 나섰다. 지난 주말 저녁 급박한 설명회 공지와 예고에 없던 깜짝 등장도 놀라웠지만 판결 과정에서 재판부의 실수를 '캐치'한 것이 백미였다.

SK 측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에 '치명적'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 최 회장 측의 발표가 있은지 약 2시간 만에 실제로 판결문 여러 곳이 경정(수정)됐다. 이 오류가 '치명적'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재판부가 오류를 범한 것임엔 분명했다.

재판부는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대한텔레콤(SK C&C의 전신)의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에 따르면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치며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가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었고 이를 감안하면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0원이 된다. 항소심 재판부가 주식 가치를 10분의 1로 잘못 계산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계산 오류가 재산분할 규모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최태원 회장과 최종현 선대 회장의 주식 가치 상승 기여분과도 직결된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경우 355배, 선대 회장은 12.5배로 판단했는데, 오류를 수정하면 각각 35.6배와 125배로 확연히 바뀐다.

재판부는 지난 17일 곧바로 항소심 판결문내 1998년 5월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에서 1000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경정(수정)을 결정했고 최 회장과 노 관장 측에 경정 결정 정본을 송달했다. 오류를 발 빠르게 인정한 것이다.

대신 노 관장 측은 물론 재판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오류 수정은 단순 경정이며 기존 판결의 본질에는 영향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조계에서도 일반인들의 이혼 소송에 비춰볼 때 주식이 공동재산에 포함되는 것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기존 내려진 결론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란 의견이 제기됐다.

하지만 재산분할 규모만큼은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이번 소송에서 재판부의 치명적 혹은 작은 실수가 물살을 바꾸면서 열린 결말의 여지를 키운 것도 분명해 보인다. 패색만이 짙게 깔려있던 전운을 뒤집을 수 있는 변수가 생긴 것이다.

천문학적 숫자의 재산분할을 판단하면서 재판부는 분명 오류를 범했고 오점을 남겼다. 판결 과정에서 가장 기본 전제가 되는 계산 실수로 인해 이례적으로 언론사들에 설명자료까지 배포했다.

게다가 이번 오류 수정을 단순 경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계산 착오가 있었다면 판결의 경정 사항에 속하나, 착오된 계산액을 기초로 하여 과실상계를 하였다면 이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있는 것이니 파기 사유가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최근 가정법원 판사·법무부 송무심의관 출신 정재민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두고 "중대한 판결 변경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산분할을 따질 때 활용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기여도 자체가 낮아지게 되는 만큼 중요한 부분에 대한 오류라는 설명이다.

최근 항소심 판결에서 일반적인 이혼소송에 의거한 판례가 노소영 관장 측에 든든한 방패를 들려줬다면 재판부의 오류 발견은 최 회장 측이 적어도 이 방패에 균열을 내는 데는 성공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겉보기에 작은 실수가 대세를 뒤집기 어렵지만 반대로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한 기업의 명운마저 좌우할 수 있는 판결에서 경중 여부를 떠나 오류 자체가 발견된 것은 결말과 상관없이 향후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직은 끝을 장담할 수 없는 '세기의 이혼' 공방전의 결말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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