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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DMZ 지뢰 묻다가 폭발, 사지 내몰린 北 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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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잇단 폭발로 수십명 사상”

조선일보

휴전선에 장벽 쌓고 지뢰 추가 매설하는 북한군 - 북한군이 전선 지역에서 작업하고 있는 모습이 우리 군의 감시 자산에 포착됐다. 북한군은 지난 4월부터 대전차 방벽으로 보이는 구조물을 설치(왼쪽)하거나, 지뢰를 매설(오른쪽)하는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북한군은 이 과정에서 지난 9일과 18일 등 3차례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가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갔다. 북한군 수십 명이 작업 중 목숨을 잃은 정황도 포착됐다. /합동참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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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수십 명이 18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왔다가 우리 군 경고사격을 받고 북측으로 돌아갔다.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은 지난 9일부터 열흘 사이 세 번째다. 군은 이들이 김정은 지시에 따라 군사분계선 및 비무장지대 일대 지뢰 매설 작업을 위해 투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군은 하루 최대 수천 명을 투입해 지뢰 매설 등 작업에서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북한군 수십 명이 죽거나 다친 정황도 포착됐다.

합참은 이날 “북한군 20~30명이 오전 8시 30분쯤 중부전선 군사분계선 남측 20m 지역까지 넘어왔다가 경고방송·경고사격 이후 퇴각했다”며 “대부분 곡괭이·삽 등 작업 도구를 들고 있었고 경고 이후 바로 돌아간 것으로 봐 ‘단순 침범’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은 앞서 지난 9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20~30명이 중부전선 다른 지역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퇴각했다. 당시에도 합참은 이를 ‘단순 침범’으로 봤다. 작업 장비를 들고 있는 인원이 대다수였고 경고 뒤 바로 이탈했으며, 군사분계선 일대에 수풀이 우거져 길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북한은 과거 제2연평해전(2002년)과 목함지뢰 도발(2015년)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가 복귀하는 비슷한 형태의 사전 도발을 했다. 북한군이 향후 도발을 앞두고 우리 군 대응 태세를 떠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군사분계선 일대가 아닌 서북 도서에서 성동격서 식으로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합참은 이날 “북한군은 지난 4월부터 전선 지역 여러 곳에서 불모지 조성, 지뢰 매설, 전술 도로 보강, 대전차 방벽으로 보이는 미상 구조물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북한은 북방한계선(군사분계선 북쪽 2㎞)을 따라 대전차 방벽을 현재까지 4곳에서 조성하고 있다. 긴 것은 길이가 수백m, 높이도 4~5m에 달한다고 한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지상 국경선을 만들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시점에선 단정하기 어렵고, 우리 정전협정 체제에서 국경선은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3일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선언 후 군사합의에 따라 철수한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을 올해 1월쯤 완료했다. 지난 4월부터는 경의선과 동해선, 화살머리고지 등 남북 연결도로 일대 등 10여 곳에 지뢰를 매설하고 있다. 하루 투입되는 인원은 많게는 수천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장마를 앞두고 지뢰 매설 ‘속도전’에 나섰고, 대전차 방벽을 세우는 동향이 우리 군 감시 자산에 파악됐다.

◇”수백 명이 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작업”

합참 관계자는 “매일 해 뜨면 작업을 시작해 해가 지면 끝내고 있다”며 “장소별로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투입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지뢰 매설 과정에서 지뢰 폭발 사고가 여러 차례 일어났고, 사상자가 수십 명 발생해 후송되는 모습도 우리 군 감시 자산에 포착됐다고 한다.

18일 군사분계선 남측으로 넘어온 북한군 인원도 지뢰 매설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합참 관계자는 “지뢰 매설을 하려면 불모지 작업부터 진행해야 한다”며 “수풀이 우거져서 정찰하면서 (지뢰 매설) 전초 작업의 차원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북한의 지뢰 매설은 과거 남측으로 귀순했던 지역과 개활지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지뢰는 전반적으로 대인 지뢰 위주고 일부 지역에서 대전차 지뢰도 매설하는 정황이 있었다고 군은 전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 주민 월남 및 귀순 차단 등 내부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교전국 관계’를 선언한 이후 남측과 교전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의 직접 명령인 이른바 ‘1호 지령’이 있었을 것이고, 이에 따라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방벽 건설과 지뢰 매설 등에서 속도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이 사상자가 나오는 가운데서도 지뢰 매설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장마철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장마가 시작되면 지뢰 매설이 어렵고 매설한 지 얼마 안 된 지뢰는 폭우로 유실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북한의 지뢰 매설 움직임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연관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확성기 방송으로 북에서 월남하는 군인과 민간인이 나올 수 있으니 탈북 경로를 지뢰로 막겠다는 것이다.

◇길이 수백m·높이 5m 대전차 방벽도

합참은 이날 “대전차 방벽으로 추정되는 구조물이 4곳에서 건설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긴 방벽은 수백m에 높이도 4~5m 수준”이라고 했다. 대전차 방벽은 남측은 콘크리트 벽을 세우고 뒤쪽으로는 흙을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북측이 대전차 방벽을 전차 등 기갑부대가 이동 가능한 도로와 개활지 위주로 건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 관계자는 “대전차 방벽을 건설하면서 남측이 언제든 북측을 공격할 수 있다는 대내용 메시지를 보내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며 “외부의 적(대한민국)을 통해 내부를 결집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군사분계선을 소위 국경선으로 만들려는 활동과의 연계성은 지속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대전차 방벽은 4곳에서 식별되고 있지만 북한이 추가로 작업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은 장마 등 기상 상황, 작업 병력과 자재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작업 지역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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