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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3 (화)

혐한인가 아닌가… 쓰시마에 걸린 ‘한국인 출입금지’ 팻말 [방구석 도쿄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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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쓰시마 신사, 민폐행위 속출에 초강수

”금연구역서 흡연, 고성, 직원 폭행도”

차별 논란엔 “나보곤 쪽XX라고… 내로남불”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일본 내면 풍경, 살림, 2014



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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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 와타즈미 신사에 최근 걸린 '한국인 출입 금지' 팻말. /FNN(후지뉴스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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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남동쪽으로 50㎞, 배편으로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일본의 섬 쓰시마(対馬). 가까운 거리만큼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유명한데요. 2018년 처음으로 40만 명을 돌파한 한국인 쓰시마 방문객은 이후 한일 관계 악화와 코로나 사태로 줄어들다 지난해 11만9000명으로 회복세를 탔습니다. 여행 업계에선 흔히 “대마도 관광객 99%는 한국인”이라고 말합니다. 워낙 한국인이 많다 보니 대부분 식당과 마트, 호텔 등엔 한국어로 된 메뉴와 표지판이 갖춰져 있죠.

와타즈미(和多都美) 신사(神社)는 쓰시마의 3대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힙니다. ‘바다의 신’을 모시는 신사로 1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2020년 소니가 출시한 13세기 원나라(몽골)의 쓰시마 정벌을 배경으로 한 게임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주요 배경도 이곳을 모티브로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와타즈미 신사는 쓰시마 중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쓰시마 관광 코스가 대개 부산에서 배를 타고 섬 북부 히타카츠항에 내린 뒤 렌터카를 빌려 일주하는 방식임을 감안하면, 섬 북부와 남부를 오가다 들르기 쉬운 위치라 필수 방문지로도 꼽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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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방문한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 와타즈미 신사. 바다의 신을 모시는 이곳엔 바다 위로 두 도리이(鳥居·신사 입구에 세운 두 기둥의 문)가 세워져 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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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도 지난해 7월 이 신사를 방문했습니다. 면적은 넓지 않지만, 바다 위에 세워진 두 도리이(鳥居·신사 입구에 세운 두 기둥의 문)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인에게 큰 사랑을 받아 온 이 신사가 최근 한일 양국 미디어에서 가장 큰 화제에 올랐습니다. 최근 신사 앞에 ‘한국인 출입금지’란 팻말이 내걸린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와타즈미 신사가 공식 소셜미디어에 설명한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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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 와타즈미 신사 측이 지난 16일 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 한국인 관광객이 비신사적 행위를 제지한 직원에게 욕설하고 있다.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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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와 담배꽁초 버리기, 침과 가래 뱉기, 물어보지 않고 사무실 침입, 남의 차에 기대거나 만지며 다른 참배객들을 방해하고 신사에 오랫동안 죽치고 앉아 도시락 등을 먹음. 동시에 큰 소리로 소란을 피우는 등 불경(不敬) 행위를 반복했다. 십수년간 관광객 매너 행위에 대해 거듭 주의를 요구해 왔지만, 이젠 한계다. 한국인의 출입을 금지한다.”

와타즈미 신사는 이처럼 분노가 담긴 공지와 함께 한국인들의 ‘민폐’ 행위를 직접 촬영한 영상을 잇달아 올렸습니다. 영상 속 한국인들은 비신사적 행위를 제지하려는 신사 직원에게 ‘쪽XX’ ‘개XX’ 등 멸칭과 욕설을 서슴지 않고, 금연 팻말이 붙은 신사 안팎에서 담배를 피우다 꽁초를 바닥에 버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양국 언론 보도에선 영상 속 인물들이 모두 모자이크됐지만 신사 측이 올린 영상엔 원본 그대로 고스란히 공개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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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 와타즈미 신사가 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 한국인 관광객이 금연 구역인 신사 내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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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측은 지난 6일엔 한 직원과 그의 아내가 한국인 관광객에 의해 폭행을 당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한국인이 탄 차가 경내에 진입하려다 신사 소유 기물과 부딪혔다는데요. 신사 직원이 주의를 주자 운전자는 충돌 사실을 부인했고, 이내 ‘나가달라’는 요청에 직원 어깨를 붙잡고 폭행을 가했다는 것입니다.

경찰이 출동할 정도의 소란이었고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도 소셜미디어에 올렸지만, 경찰 측 요청에 따라 지금은 삭제했다고 신사 측은 밝혔습니다. 한국인 일행이 사과해 고소까지 이어지진 않았으나, “앞으로도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한국인은 우리 신사를 파괴하러 올 뿐이다”라고 신사 측은 분노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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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방문한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 와타즈미 신사.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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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즈미 신사가 한국인 출입금지란 강수를 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9년에도 같은 팻말이 걸렸는데요. 당시엔 가이드를 동반한 한국인 관광객 일행이 신사 입구를 막고 10~20분씩 시간을 보내는 문제가 컸다고 합니다.

신사 관계자는 당시 “다른 참배객이 와도 길을 비켜주지 않았고, 주의를 주면 감정적으로 항의하는 일이 반복됐다”며 “최대한 구두 주의로 문제를 개선하려 2019년 봄부터 여름까지 매일 밖에서 설명했지만, 직원들의 체력과 정신 부담이 가중되고 다른 관광객이 입는 피해도 심해져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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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구글맵 리뷰에 한국인 관광객이 남긴 글을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 와타즈미 신사가 공개했다.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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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땐 한국인 절도단의 쓰시마 불상 도난 사건(2012년) 여파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한국 내 노재팬(일본산 불매) 운동 등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습니다. 와타즈미 신사뿐 아닌 일부 식당들에서도 한국인을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죠.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 당시 쓰시마 사람들의 이 같은 조치는 한국인의 비신사적 행위에 대한 고육지책이라기보다 혐한(嫌韓)이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양국 관계가 크게 회복되고 쓰시마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도 다시금 늘어나는 요즈음, 와타즈미 신사가 재차 강행한 한국인 출입금지 조치는 원인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한국인 관광객들이 벌인 비매너 행위들이 관계자 증언은 물론 영상으로까지 공개되면서, 비난의 화살은 신사보다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향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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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방문한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 와타즈미 신사.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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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서도 “한국인에 한정된 출입금지 조치는 차별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신사 측은 “한국인 모두가 나쁜 건 아니라고 잘 알고 있다”면서도 “많은 한국인의 불경 행위를 제어하는 건 우리 같은 소규모 신사엔 역부족이다. 신명(神命)에 따라 봉사한다는 의연한 마음으로 와타즈미 신사를 지키고 싶다”고 호소했습니다. 특히 “그동안 한국인으로부터 ‘쪽XX(일본인 멸칭)’란 말을 몇번이나 들었는지 셀 수도 없다.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일본인을 차별하면서, 막상 출입금지라고 하면 ‘차별’이라 외친다”고도 했죠.

와타즈미 신사엔 한국 외에도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대만 등 다른 국가 관광객들도 자주 찾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독 문제를 유발하는 건 한국인 관광객이란 게 신사 측 주장입니다. 이들은 “다른 나라 여행객은 대부분 일본 문화에 경의를 표하고 주의사항을 잘 지킨다”며 “반면 한국인 관광객 10명 중 8명은 민폐 행위를 한다”고 했죠. 그러면서 “맥주 등 술과 안주를 반입해 경내에서 먹고 곳곳에 쓰레기를 버린다. 한국어로 쓴 금연 팻말이 있어도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릴 뿐 아니라 (화장실에서 해야 할) 볼일을 본 관광객도 있었다”고 한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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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의 한 수퍼마켓 입구. 한국인 관광객을 위해 '어서오십시오'라고 적혀 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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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FNN(후지뉴스네트워크)는 “한국인 관광객의 특징은 신사를 방문하면서 참배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무엇을 위해 (신사를) 찾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신사 입장에선 ‘반일교육의 영향이 아닌지’란 의문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인 출입금지 팻말을 걸어놓은 결과, 와타즈미 신사엔 지난 12일부터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고 합니다. 신사는 “당분간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본뿐 아닌 한국의 여러 언론사에서도 관심을 갖고 크게 다뤄줘 (우리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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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 와타즈미 신사가 지난 3월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글. "쓰시마에 오는 한국인이 늘어나면 일본인은 줄어든다. 한국인이 줄어들면 일본인은 늘어난다. 어찌 됐든 '조선인'은 늘어나면 안된다. 일본 전통 문화가 무너진다"고 적혀 있다. /쓰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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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즈미 신사가 최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전한 메시지엔 한국인 관광객이 ‘조선인(朝鮮人)’이라고 표현되거나 한국이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독도(일본명 다케시마) 문제가 거론되는 등 분명 혐한 논란의 여지도 섞여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한국인 관광객들의 민폐 행위가 사실상 자명해진 상황에서 쓰시마를 찾는 한국인의 ‘에티켓’에 대한 고민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FNN은 일본 형법에 따라 신사 등 종교 시설에서 불경한 행위를 한 자에겐 6개월 이하 징역이나 10만엔 이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쓰시마 지역 당국은 한국과 쓰시마를 잇는 배에서 에티켓 준수를 당부하는 영상을 트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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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가 보이는 일본의 수도 도쿄의 전경.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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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 43번째 방구석 도쿄통신은 일본 쓰시마 와타즈미 신사가 감행한 ‘한국인 출입금지’ 조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조금은 씁쓸한 소식이었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41~42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직원 대부분이 75세 이상...日시골마을 ‘할머니 비즈니스’의 기적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6/05/NNVN7TVA7ZEOLMG6MXNMO3EFIM/

웨딩 촬영하러 한국 원정 떠나는 日예비부부들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6/12/N3Q5FFCPWVA77D2JQPO2XDXS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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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주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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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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