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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슈 시위와 파업

의사 파업 대안으로 ‘처방전 리필’ 등 약국·약사 활용해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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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5월6일 서울의 한 종합병원앞의 약국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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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회장



의사라는 직업은 사람의 생명과 밀접한 전문직이다. 훈련 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는 만큼 의사 서비스에 큰 비용이 지출될 수밖에 없다. 많은 국가에서 의사 서비스의 고비용 구조가 국민 보건의료 체계에 끼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건의료 체계 안에 있는 다른 전문직들의 권한을 최대한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 특히, 약사와 약국을 활용하는 다양한 제도를 통해 보건의료비 지출을 억제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처방전 리필 제도’와 ‘기존 처방을 근거로 한 응급 복용약 처방 서비스’다.



처방전 리필 제도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환자의 증상 및 질환의 정도를 고려하여 기존 처방을 그대로 여러 차례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선진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중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를 찾기 힘들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다. 크게 세가지 부분에서 장점을 가질 수 있는데, 우선 처방 발급만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를 줄여 보건의료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사의 진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두번째로, 의약품의 안전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병원 방문이 부담스러운 만성질환자들의 경우 반년치에서 일년치까지 약을 처방받는 경우도 있는데, 환자들이 집에 장기간 의약품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의약품의 변질·분실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처방전 리필로 의약품의 낭비를 막아 보건의료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의 편의성 측면에 큰 이익이 될 수 있다. 굳이 병원 근처 약국까지 방문할 필요 없이, 처방전 리필로 가까운 동네약국에서 조제 받을 수 있으며, 이는 거리와 시간을 줄여 복약 순응도를 증가시킨다.



응급 복용약 리필 서비스는 기존에 환자가 받은 처방전을 근거로 주말이나 심야시간대에 단기간 복용할 약을 약사가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주말에 응급하게 처방된 의약품을 분실하였거나 여행 등의 사유로 타지에서 필요한 경우, 굳이 응급실을 방문할 필요 없이 약을 받을 수 있어 비용·편의적 측면에서 국민에게 많은 이익을 줄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한국의 경우, 공적 마스크를 공정하게 배분하는 역할 등을 맡은 약국과 약사가, 검사비를 회당 수만원씩 공단에서 받아가던 의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비용으로도 그러한 역할을 감내하였던 것을 고려해본다면 약사의 권한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은 보건의료 체계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문직에게 전문직만의 독점적인 권한이 주어지는 것은 본인들의 지식을 권력화하고 무기화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 권한을 통한 혜택을 보장함으로 그에 따른 전문가로서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유명한 히어로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대사처럼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그러나 이러한 책임을 망각한다면 권한 역시 조절·분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거기에 여러 위기에 시달리는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까지 고려한다면 ‘처방전 리필 제도’와 ‘기존 처방을 근거로 한 응급 복용약 처방 서비스’를 정부가 추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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