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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醫 "요구안 수용시 휴진 철회" 政 "불법행동 전제로 논의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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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정면 충돌

의협, 3대 요구안 제시에 정부 거부

한덕수 "진료거부 강행에 깊은 유감"

순환당직제 등 비상진료체계 강화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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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7일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 18일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들과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 진료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집단 휴진 장기화로 병원 손실이 커질 경우 의대 교수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의협은 의대 정원 증원 재검토 등 세 가지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하며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휴진 보류 여부를 놓고 회원들의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불법적인 전면 휴진을 전제로 정부에 정책 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먼저 집단 휴진을 철회하고 논의하자는 얘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6일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료계가) 진료 거부 결정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중증·응급 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 진료 체계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비상 진료 체계 강화 차원에서 17일부터 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 각각 1개 이상 당직 기관을 편성해 야간·휴일에 24시간 대비하는 ‘중증응급질환별 전국 단위 순환당직제’를 시행한다. 대상 질환은 급성 대동맥 증후군, 만 12세 이하 소아 급성 복부 질환, 산과 응급 질환 등이며 다른 질환으로 순차 확대할 예정이다. 암 환자가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국립암센터 병상을 최대한 가동하고 ‘빅5’ 상급종합병원과 핫라인을 구축해 지원한다.

정부는 또 각 대학병원장에게 일부 교수들의 집단 진료 거부를 불허하도록 요청했다. 또 휴진 장기화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 구상권 청구 검토도 요청할 예정이다. 병원이 집단 진료 거부 상황을 방치하면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 역시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환자의 동의나 치료 계획 변경 등의 조치 없이 의료기관이 일방적으로 진료를 취소·지연하는 것은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환자 피해 사례를 수집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한 총리는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이지만 헌법과 법률에 따른 조치를 아예 없던 일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의료계가 무리한 요구를 거두고 의료 개혁에 동참해 주체이자 브레인이 돼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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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집단 휴진 분위기가 확산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날 휴진 참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967명 가운데 529명이 17~22일 외래 휴진 혹은 축소, 정규 수술·시술·검사를 연기했다. 진료에 참여하는 교수 중 54.7%로 절반을 웃돈다. 강희경 서울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전체 휴진’은 밖에서 생각하는 것과 (의미가) 다르다”며 “다른 병·의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들의 정규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빅5’ 상급종합병원들은 18일 의협 집단 휴진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서울대·연세대에 이어 ‘무기한 휴진’ 논의에 들어갔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비대위는 추가 휴진 여부를 곧 공개한다.

의협은 이날 의대 정원 증원 재논의를 포함한 3대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할 경우 휴진 보류 여부를 전 회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가 수용하지 않으면 향후 무기한 휴진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3대 대정부 요구안은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대상 행정명령 및 처분 즉각 소급 취소다. 기존 요구안에서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는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완전 백지화’는 ‘쟁점 수정 보완’으로 바뀐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정부는 집단 휴진을 조건으로 내걸고 정책 협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의정 갈등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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