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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1600만원에 사서 되팔면 3200만원"···아무나 못 사는 '이 가방'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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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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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유명 가방 '버킨백'이 중고 거래 시장에서 매장가의 2~3배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가운데 구매 고객을 일차적으로 결정하는 매장 직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손님들이 '선물 공세'를 펴는 생소한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에서 가장 탐나는 핸드백의 ‘미친 경제학’(The Crazy Economics of the World’s Most Coveted Handbag)”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에르메스 버킨백을 둘러싼 사회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보도 내용을 보면 미국 매장에서 버킨백 기본 모델인 검은색 '버킨 25' 백의 가격은 세전 1만1400달러(약 1600만원)지만, 구매자는 해당 백을 산 뒤 곧바로 2배가 넘는 2만3000달러(약 3200만원)에 리셀러 업체에 넘길 수 있다. 주요 리셀러 업체는 이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또는 라스베이거스 팝업 매장 등을 통해 3만2000달러(약 4500만원)에 팔고 있다.

제조 원가 1000달러(약 140만원)에 불과한 가방이 매장과 손님, 리셀러 업체를 거쳐 순식간에 원가의 32배가 넘는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이면에는 '희소성'이 자리한다. 버킨백을 손에 넣고 싶어하는 부유층이 워낙 많은 탓에 돈이 아무리 많은 고객이라 할지라도 매장에서 버킨백을 손에 넣기란 매우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매장에서 손님과 직원 간 권력 구도도 바뀌었다. 수많은 대기자 명단 중 누구에게 버킨백을 판매할지를 일차적으로 담당 점원이 결정하는 탓에 손님들은 해당 직원과 좋은 관계를 쌓기 위해 애를 쓴다.

에르메스 매장에서는 손님이 먼저 직원에게 깍듯하게 인사하며, 세계에서 손꼽힐 만한 부자 손님이 직원과 친해지고자 집에서 직접 쿠키를 구워 오는 '선물 공세'까지 편다. 비싼 콘서트 티켓, 현금 봉투를 건네는 이도 있다.

한편 버킨백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구매 이력'도 필요하다. 실크 스카프, 시계 등 버킨백이 아닌 다른 제품을 산 이력이 있어야 직원이 '이 손님은 구매할 자격을 갖췄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명품 가방 리셀러 업체 '매디슨 애비뉴 쿠튀르' 창업자 주디 테일러는 "버킨백을 정식 매장에서 빨리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값비싼 보석이나 가구 등에 막대한 돈을 지출하는 것"이라고 매체에 전했다.

유명 인사들은 '부의 상징'이 된 버킨백을 들고 있는 모습을 종종 드러낸다. WSJ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지위를 상징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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