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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10년 뒤 의사 증가 막는 게 지금 환자 생명보다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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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진료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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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단체 사직과 단체 휴진은 중증 환자들에게 사형 선고와 다름없습니다.”



홍승봉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위원장은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는 전국 18개 대학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단체로, 오는 18일 예고된 대한의사협회의 집단 진료거부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홍 위원장은 “(집단 사직·휴진은) 후배·동료 의사들의 결정이지만 의사로서 국민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2025년 1509명 의대 정원 증원 문제가 사람의 생명보다 더 중요하냐”고 했다.



홍 위원장은 “의사 수가 (지금보다) 1% 늘어난다고 한국 의료가 망한다고 말할 수 있나”라며 “의사가 부족해서 환자가 죽는 것이지 의사가 너무 많다고 환자가 죽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0년 뒤에 활동할 의사가 느는 걸 막기 위해 현재 수십만명 중증 환자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의사로서의 책임과 사명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홍 위원장은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뒤 뇌전증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고, 이는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이상을 일으켜 신체 경련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홍 위원장은 “일상생활 중 뇌전증 증상이 나타난 환자들은 끓는 물에 손가락을 잃고 계단에 굴러 골절되는 등 다치는 게 일상이다. 이런 환자들을 매일 보는 의사로서, (의료 공백이) 이대로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보다 30배가량 높은 돌연사율과 뇌전증 발작으로 인한 사고사로 하루에도 젊은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가 1~2명씩 사망한다”며 “뇌전증 수술을 받으면 사망률이 크게 줄고 장기 생존율이 2배 높아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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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봉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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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수술이 시급하고 간절한 뇌전증 환자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나면서 마취통증의학과 인력도 줄어 수술 건수가 크게 감소했다는 게 홍 위원장의 설명이다. 홍 위원장은 “마취 인력 부족으로 예정됐던 뇌전증 수술의 40%도 하지 못하고 있다. 뇌전증 환자들에게 수술 취소는 사형 선고와 같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지금도 중증 환자 수술 역량이 크게 떨어졌는데, 의대 교수들의 진료거부로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진료거부 첫날인 17일 수술장 가동률이 현재(62.7%)의 절반 수준인 33.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중증·응급환자 진료는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홍 위원장은 “지금도 뇌전증·암 환자 등 중증 환자 다수가 수술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라며 “휴진으로 수술장 가동률이 더 줄어드는데 어떻게 중증 환자 진료를 유지하겠나”라고 물었다. 그는 “수술이 밀린 환자의 보호자들은 ‘환자가 죽어간다’고 호소한다. ‘마취 인력이 보강되면 더 수술할 수 있다’는 외과 교수도 있다”며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외에서 단기간 마취과 의사를 들여와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위원장은 전공의는 의료 현장에 복귀하고, 의대 교수들은 의료 현장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면 중증 환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투쟁해야 한다. 사직·휴직으로 환자가 죽는다면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정당화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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