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5 (화)

[사설] 제4이동통신 무산, ‘묻지마 추진’이 자초한 정책 실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 후보자격 취소 예정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 통신비 절감 방안으로 정부가 추진해온 제4이동통신 업체 선정 작업이 5개월 만에 좌초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에 내준 5세대(5G) 이동통신 28㎓ 대역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 후보 자격을 취소한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해당 업체가 반발하고 있고, 행정절차법에 따른 청문 절차가 남았으나 이번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한다.



정부는 스테이지엑스가 납입 자본금을 제때 완납하지 못하는 등 이행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후보 선정 당시 2050억원 자본금 마련을 약속했으나, 1차 납부 기일인 지난달 7일까지 “현저한 금액 차이”로 이를 지키지 못했다고 한다. 또 주요주주(지분 5% 이상) 6개사 중 자본금을 일부라도 낸 곳은 컨소시엄을 주도한 스테이지파이브 한곳에 불과했다. 정부가 “(취소 사유는) 사업자 신뢰성 문제”라고 설명한 이유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28㎓ 대역 주파수는 속도가 빠른 반면 가용 거리가 짧고 장애물에 취약해 기지국을 훨씬 촘촘히 세워야 한다. 한마디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난 1월 입찰 때 주요 대기업들은 참여하지 않았고, 스테이지엑스가 4301억원으로 낙찰을 받았다. 당시부터 업계에서는 연매출 440억원 규모의 중소업체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정해진 날짜에 자본금을 조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재무 능력 평가를 건너뛴 채 입찰을 서둘렀고, 결국 사업 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최악의 결과를 자초하고 말았다.



물론 현 정부는 억울할 수도 있다. 기간통신사업 허가제를 등록제로 바꾸고, 선정 기준에서 재무 건전성을 제외한 것은 전 정부 때인 2019년의 일이다. 그러나 제4이동통신사 선정은 지난 14년간 7번의 시도가 번번이 실패한 바 있다. 그렇다면 더 꼼꼼하게 자금조달 능력을 따졌어야 함에도 정부는 업체 선정부터 서둘렀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의 하나로 통신업계를 지목하자 네번째 이동통신사 선정이라는 가시적 결과에 집착한 나머지 일을 그르쳤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한마디를 곧장 정책으로 졸속 추진하다 논란만 일으키고 흐지부지된 것은 주 69시간 노동, 만 5살 취학 등 이미 여러 건이 있다. 그런데도 매번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 정부의 일처리가 이렇게 허술하고 무책임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오직 한겨레에서 볼 수 있는 보석같은 기사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