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직장인A씨는 지난해 평택 국제신도시에 땅을 매입하면서 주택임대사업자로 법인 등록을 했다. 매입한 용지에 건물을 짓고, 인근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임대수익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A씨는 "월급을 아껴 모으는 것만으로는 노후 대비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조금이라도 빨리 근로소득 이외 수입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사업자 등록을 했다"고 말했다.
주택임대사업에 대한 젊은 층 관심이 늘어나는 가운데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부동산 임대 사업체가 사상 최대 수준까지 늘었다.
12일 국세청이 발표한 '2023년 사업자 등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영업 활동을 하고 있는 가동사업자는 995만개로 1000만개에 육박했다. 특히 부동산 임대 사업자가 243만1000개로 가장 비중이 컸다. 국내 전체 사업체 열 곳 중 네 곳(24.4%)은 부동산 임대업체라는 것이다. 서비스업(204만9000개·20.6%), 소매업(146만3000개·14.7%)과 음식업(82만·8.2%)이 뒤를 이었다.
임대업체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촉발된 2019년 200만곳을 넘어선 후 급격히 늘어 2022년 243만500개까지 늘었지만, 1년 만에 500개가 더 늘어 재차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고령층이 대거 임대업 문을 두드린 게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신규 사업자 현황을 분석해 보면 70대 이상이 창업한 사업체의 24.7%가 부동산 임대업체로 조사됐다. 소매업(16.9%), 서비스업(15.1%)을 제치고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50~60대가 창업한 사업체 11~14%도 부동산 임대업이었다.
여성들이 임대업을 하는 사례도 많다. 지난해 여성이 운영하는 가동사업자(401만8000개)는 사상 처음 400만개를 넘어섰는데, 이 중 부동산 임대업(116만4000개)이 가장 많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30대 이하는 소매업을, 40~60대는 서비스업을 주로 창업하지만 70세 이상은 부동산 임대업 사업 위주로 창업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임대업체의 양적 증가는 급속한 저출생·고령화 현상의 한 단면인 것으로 풀이된다. 노후 소득 안전판인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경제활동을 하는 노인들이 사상 최대로 불어난 영향이 컸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경제활동에 나선 65세 이상 노인은 지난해 362만3000명으로 1년 새 7.7% 늘어 역대 가장 많은 수준으로 증가했다. 노인들의 경제활동참가율도 38.3%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노인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0년 29.6%에 그쳤지만 고령화 현상이 빨라지며 2020년 35%를 넘어서더니 지난해 40%에 육박했다. 앞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노인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 내년부터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기대수명은 늘고 노인들이 노동 시장을 떠나는 연령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 은퇴 연령은 평균 72.3세로 법정 정년인 60세보다 12.3세나 많아 OECD 38개국 중 가장 높다.
[김정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