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7 (금)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노쇼 권경애’와 싸운 유족, 소송비 대부분 내라는 법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권경애 변호사. 유튜브 채널 금태섭티브이(TV)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학교 폭력 피해자의 유족이 제기한 소송에 연속해서 불출석해 재판에서 패소한 권경애 변호사 등에게 5천만원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소송 비용 대부분을 부담하게 된 유족은 “인간미라고는 하나도 없는 교과서 내용 그대로를 적용한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2015년 숨진 고 박주원양의 어머니 이기철(57)씨는 12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5천만원 배상’ 법원 판결에 대한 생각을 묻자 “약간 정신이 혼미해졌고 ‘이게 뭔가’ 그런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판결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말이 이어졌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 노한동 판사는 이씨가 권 변호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이 함께 5천만원을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같은 법인에 소속된 변호사 2명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앞서 이씨는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 구성원 변호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금 2억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가운데 4분의 1만 인정된 셈이다. 재판부는 소송 비용 대부분을 이씨가 부담하도록 했다.



한겨레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소송에서 진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이기철씨가 2023년 6월19일 오후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징계위원을 기다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씨는 “4분의 1만 승소한 거니까 소송에 들어간 비용의 4분의 3도 원고가 부담하라는 이 이야기”라며 “민사소송법 교과서에 있는 아주 기초적인 그런 기계적인 내용으로 인간미라고는 하나도 없는, 교과서 내용 그대로를 적용한 것(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권 변호사가 변호사를 선임한 비용, 법무법인이 변호사를 선임한 비용이 얼마일지는 모르지만 만약에 (이 판결대로) 진행이 된다고 하면 그분들은 소송 비용을 확정받고 법원을 통해 나한테 청구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씨는 ‘권 변호사가 정말 소송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이씨는 소송 과정에서 권 변호사와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똑같다. 전화 한 통 없고 사과, 변명, 해명 한 마디도 없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지난해 법원 조정 과정에서는 물론 이번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민사 재판은 형사와 달리 당사자의 출석 의무가 없다.



전날 항소 의지를 밝힌 이씨는 “학교를 다니는 어린 생명이 폭력 앞에 처참하게 당하고 있는데 학교가 외면했고, 교육청이 외면했고, 서울시가 외면했다. 피해자들이 가야 하는 마지막 보루인 법정으로 갔는데 그것마저도 지금 묵사발이 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사회에서 어느 시스템 단 한 곳이라도 제대로 작동하는 곳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기에 이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재차 항소 뜻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제발 우리 사람이 되긴 힘들어도 괴물이 되지는 말자, 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학교 공부만 잘한 그 머리로 괴물이 되지 말자”고 호소했다.



앞서 2015년 당시 중학생이던 이씨의 딸 박주원(사망 당시 16살)양은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이씨는 서울시교육청과 학교법인, 가해자 등 34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1심에서 가해 학생 1명의 책임을 인정한 원고 일부 승소 판결(5억원 배상)을 받아들었다.



이후 이씨가 항소했으나, 이후 세 차례의 항소심 변론기일에 이씨 변호인이었던 권 변호사가 출석하지 않으면서 1심에서의 원고 일부 승소가 패소로 뒤집히고, 나머지 가해자에 대해서도 모두 항소가 취하됐다. 권 변호사는 재판 불출석으로 패소했다는 사실도 5개월이 지나서야 이씨가 추궁하자 알려줬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오직 한겨레에서 볼 수 있는 보석같은 기사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