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소 안 썼다”며 각하됐던 1심
항고심 “北 정확한 주소 알 수 없어 서류 게시만으로도 송달 인정 돼”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2-1부(재판장 성지호)는 이씨의 유족이 1심의 소장 각하 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항고를 지난 4일 받아들였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던 이씨는 2020년 9월 서해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됐다. 유족은 2022년 4월 북한을 상대로 정신적 고통에 따른 배상금 2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당시 유족 측은 소장에 피고 북한의 주소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로 적고 공시송달을 신청했다.
2016년 10월 국군포로 노사홍‧한재복씨가 북한 정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주소를 ‘평양시 중구역 창광동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로 하고, 공시송달로 소송을 진행한 전례를 따랐다. 이 사건은 2020년 7월 북한과 김 위원장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었다.
하지만 1심은 지난 2월 유족 측의 공시송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사소송법상 공시송달 요건인 ‘주소 등 근무 장소를 알 수 없는 경우’와 ‘외국에서 해야 하는 송달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210단독 박지원 부장판사는 “유족이 조선노동당 중앙위 청사의 주소를 알 수 있는데도 구체적으로 적어내지 않았고,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인 만큼 북한을 외국으로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소장을 전달할 주소가 불분명하니 소송 자체를 각하한 것이다.
그러나 항고심 재판부는 “북한의 주소나 근무 장소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공시송달 요건을 갖췄다”고 결정했다. 또 “북한은 반국가 단체로서 민사소송법에서 정한 ‘비법인 사단’이기 때문에 대표자 주소나 사무소 등 어느 것도 불명한 경우 공시송달 요건이 충족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씨 유족이 낸 손해배상 소송은 계속 진행될 수 있게 됐다. 유족 측은 “북한의 주소를 적어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장 각하 명령을 내린 1심 재판부를 믿을 수 없다”면서 “재판부 변경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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