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아프리카 정상회의 기념 포럼서
자국의 개선된 의료 환경 사례 발표
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랄프 아르마(Armah) 아크라 지역 전원병원(GARH) 원장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 동문 서울총회 기념 포럼’ 연단에 올라 벅찬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가나 수도 아크라의 대표적 병원에서 복강경 수술을 이끄는 그는 세계 30국 1500명에 달하는 ‘이종욱 펠로우십’ 수료생이다.
‘이종욱 펠로우십’은 과거 원조를 받던 한국이 보건 의료 분야에서 인류애를 실천하는 대표적 ‘소프트웨어 원조’다. 개발도상국 인재들을 한국에 초청해 고급 보건 의료 연수를 시켜주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지낸 고(故) 이종욱 박사의 인류애와 보건 의료 인력 육성 의지를 이어받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이 200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이날 포럼에는 각국 초청 인사들을 비롯해 현재 국내에서 연수 중인 14국 215명 중 상당수가 참석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포럼 축사에서 “한국에서 교육받은 인력이 다시 고국에서 또 다른 인력을 양성하는 선순환을 창출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이 교육한 한 명이 현지로 돌아가 100명, 1000명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종욱 동문’은 의사, 간호사, 보건 행정가, 질병 연구가 등 각국 보건 의료 분야 엘리트들이다. 라오스·몽골·미얀마·캄보디아·베트남 등 아시아 12국과 에티오피아·우간다·탄자니아·가나·과테말라·에콰도르를 비롯해 아프리카·중남미 18국 등 국적도 다양하다. 이들은 “한국에서 배운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보건 의료 약자들을 향한 무한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2017년 가나 GARH에서는 ‘이종욱 동문’들이 KOICA(한국국제협력단) 파견 한국인 의사와 함께 지역 병원에서 복강경 훈련 및 시뮬레이션 센터를 설립했다. 이듬해부터 한국 의사 도움 없이 연간 80여 건의 수술이 이뤄졌다. 이곳엔 원격의료센터(2017년), 내시경센터(2018년)도 설립됐다. 인근 콤포아노치 수련병원(KATH)에서는 재작년까지 연수받은 이종욱 동문 9명이 팀을 구성해 교육훈련센터를 운영, 39명의 현지 의사와 간호사를 위한 연수를 진행했다. 지난해 이곳에선 총 40건의 수술이 이뤄졌다. 현재 가나에만 121명의 ‘이종욱 동문’이 활동하고 있다. ‘동문’들은 홍수 이재민, 교도소 재소자, 농민 등 의료 약자들을 위한 지원 활동도 이어 가고 있다.
우간다에서는 한국이 응급 의료 시스템 구축을 도왔다. 2016년 우간다 보건부가 제안한 국가 응급의료서비스(EMS) 사업에 KOFIH가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를 통해 2017~2022년 임상의 31명과 정책가 9명 등 총 44명의 EMS 담당자들을 키워냈다. 응급실 시설 공사와 초음파 등 필수 진단 장비 구축, 국가 응급 전원 지침 및 매뉴얼 개발 등이 ODA(공적개발원조)를 통해 이뤄졌다. 이 사례는 재작년 카메룬 정부 초청으로 열린 EMS 국제포럼에서도 모범 사례로 공유됐다.
한국 의사의 ‘손기술’ 등 세계적 수준의 의료 기술이 개도국 인재들을 한국으로 이끌고 있다. 벌사 카비쉐 탄자니아 무힘빌리 국립병원 의공부서장은 “한국 연수를 통해 간호사, 의사 등 한국 보건 인력들이 병원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며 “KOFIH가 하는 훌륭한 일(이종욱 펠로우십)은 탄자니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전역에서 인정받고 있다”고도 했다. 이종욱 펠로우십은 2007년 출범 당시에는 임상 과정과 보건정책 과정뿐이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해 보건인력 교육 전문가 과정, 학위 과정, 보건재정경제 과정 등을 갖췄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는 결핵, 정책·역학, 임상치료·진단검사 등을 다루는 감염병 대응 전문가 과정도 신설했다. 한국에서 연수한 에티오피아 건강보험 당국자 하야트 무함마드는 “한국이 달성한 보편적 건강 보장은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여러 저소득 국가에는 주요 과제로 꼽힌다”며 “우리도 국민건강보험을 전면적으로 시행할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지낸 고(故) 이종욱 박사가 2003년 아프리카 앙골라를 방문했을 때 모습. 이 박사의 이름을 딴 ‘이종욱 펠로우십’은 한국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원조’로 꼽힌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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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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