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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전북 장수서 신라무덤 ‘춘송리고분군’ 확인…온전한 형태로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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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 춘송리 고분군에서 온전한 형태의 신라 무덤군이 발굴됐다. 무덤 내부에서는 그동안 경주 일원에서 소수만 출토된 ‘토령(土鈴)’과 ‘쇠손칼(鐵刀子)’ 등 신라시대 토기·철기 등 31점이 발견돼 가야 멸망 이후 신라의 진출 과정, 신라와 백제의 역학관계 등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고고학 자료로 평가받는다.

장수군은 전북도와 공동으로 추진한 역사 문화권 발굴 조사 지원 사업을 통해 ‘장수 춘송리 무덤군’에서 전북 최대 규모의 신라 무덤군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발굴 조사는 군산대학교 가야문화연구소가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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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군 침령산성 동북쪽 산줄기에 위치한 ‘장수 춘송리 무덤군’ 4호분의 발굴 후 모습. 장수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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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춘송리 무덤군’은 전북지역 최대 신라 무덤군으로 침령산성 동북쪽 산줄기를 따라 육안으로 확인되는 무덤만 15기 이상이다. 일대에는 무덤 수십 기가 밀집된 형태로 분포하고 있는데, 지난해 일부 시굴 조사를 통해 단일 무덤 9기가 확인됐다.

이번 발굴 조사는 도굴되지 않아 잔존 상태가 가장 양호한 4호분(지름 15m 내외)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발굴 결과 해당 무덤은 원지형을 다듬은 후 지형에 맞춰 대규모 흙을 쌓아 기초부를 마련하고, 그 안쪽 공간에 시신을 묻는 형태로 축조됐다. 시신 안치와 부장품 매납이 완료된 후 봉분이 덮였다.

시신이 묻힌 공간은 장축을 남북 방향으로 둔 길이 3.3m, 너비 1.2m 내외의 앞트기식 돌방무덤(橫口式石室墓)이다. 길이 30㎝ 크기의 깬돌(割石)로 축조해 남쪽에 입구를 둬 시신을 옆으로 매장하는 구조다. 내부에는 시신(목관) 안치와 부장품 매납을 위한 관대(棺臺)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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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군 침령산성 동북쪽 산줄기에 위치한 ‘장수 춘송리 무덤군’ 위치(원안). 장수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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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내부에서는 굽다리 긴 목항아리(臺附長頸壺), 굽다리 접시(高杯), 병(甁), 토령(土鈴), 발형토기 등 신라토기 22점과 쇠손칼(鐵刀子), 관못(棺釘) 등 철기 9점이 출토됐다. 이는 그동안 전북 지역에서 조사된 단일 신라 무덤 중 최대 출토량이다.

특히 ‘토령’은 흙으로 만든 작은 구슬로, 그동안 경주 일원에서 소수만 출토된 귀한 유물이다. 토기는 ‘침령산성’의 출토품과 형태 등이 유사해 무덤 주인이 침령산성과 관련된 인물로 추정된다. 발형토기에는 눌어붙은 내용물이 함께 확인돼 앞으로 연구분석 결과가 기대된다.

‘장수 춘송리 무덤군’은 침령산성에서 서북쪽으로 뻗은 산줄기에 자리해 무덤군과 산성이 하나를 이룬다. 침령산성은 삼국시대부터 후삼국시대까지 운영된 장수군의 대표 산성으로, 역사적 가치가 인정돼 지난해 8월 국가사적으로 지정됐다. 이곳에서는 그동안 발굴 조사를 통해 신라 산성의 특징인 현문식 문지, 계단식 원형 집수시설 등이 조사됐다. 집수시설에서는 신라 목간(別道中在道使村) 등 상당량의 신라 토기가 출토돼 삼국시대 신라에 의해 운영된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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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군 침령산성 동북쪽 산줄기에 위치한 ‘장수 춘송리 무덤군’ 4호분에서 출토한 토기류. 맨 앞이 흙으로 만든 작은 구슬인 토령이다. 장수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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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장수 춘송리 4호분’은 장수군을 비롯한 전북 동부지역의 가야 멸망 이후 역사적 동향과 신라의 진출 과정, 신라와 백제의 역학관계 등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고고학 자료로 평가받는다.

최훈식 장수군수는 “향후 구체적인 무덤군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표조사와 함께 인접한 1호분에 대한 발굴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장수지역과 신라와의 역사적인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수=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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