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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트럼프가 언급했던 ‘강선 단지‘, 영변 대체하는 北 차세대 핵시설 떠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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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 단지는 영변의 우라늄 농축 시설과 기반시설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 별관은 외관상 완공됐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기이사회 모두발언에서 강선 단지를 언급했다. 평양 남동쪽 외곽에 있는 강선 단지는 미 정보당국이 오래 전부터 비밀 핵시설로 주목해온 곳이다. 북한에서 핵무기 제조에 쓰이는 고농축우라늄(HEU)를 생산하는 핵시설은 주로 영변에 있었지만, 1985년에 첫 가동된 영변 핵시설이 이미 40년 가량 사용되면서 노후화됐다는 점에서 미 정보당국은 강선이 새로운 핵시설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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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단지에 있는 냉각탑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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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시 총장은 “올해 2월 말 강선 단지의 별관 공사가 시작돼 시설 가용 면적이 크게 확장됐다“며 “이제 별관은 외관상 완공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강선 단지의 본관 옆에 새 건물, 즉 별관이 만들어지는 위성사진을 보도한 바 있다.

그로시 총장의 언급에 따르면 원심분리기를 통한 우라늄 농축 과정을 거쳐 핵탄두 제조에 쓸 핵물질을 생산하는 시설인 영변 핵시설처럼 강선 단지의 시설 구조도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로시 총장은 영변 핵시설의 실험용 경수로(LWR)가 가동 중인 정황도 여전히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여전히 가동하면서 영변 노후화를 대비한 강선 단지 역시 계속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미국 대표단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영변 핵 시설 이외의 다른 장소에서도 북한이 핵시설을 가동하고 있음을 미국이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것이 강선에 북한이 새로 짓고 있는 핵시설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고 했는데, 미국이 영변 외 다른 핵시설이 더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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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상(당시 외무성 부상). 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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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상(당시 외무성 부상)은 다음날 북한 측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우리가 제시한 영변 핵시설이라는게 만만찮은 것”이라며 “아직까지 핵시설 폐기 대상으로 내놔본 역사가 없다”고 말했다. 영변 핵시설이 여전히 북한 핵시설의 골자라고 재차 주장한 것이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알고 있었다는데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강선 단지에는 원심분리기 수천 대가 있으며 수년간 가동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양의 핵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그로시 총장의 발언은 강선 단지의 시설이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지난 3월 NK뉴스는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로 의심되는 건물을 찍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는데 본관 뒤쪽에서 약 12m 떨어진 곳에 가로 120m가량인 새로운 벽이 세워졌고, 본관 외벽과 새 벽 사이의 1000㎡ 정도의 공간에 파란색 지붕이 설치돼 있었다. 하노이 회담 이후 5년여동안 북한이 강선 핵시설을 발전시켜왔다는 증거로 해석되며, 미국은 향후 핵협상 재개시 영변 핵시설 뿐만 아니라 강선 핵시설을 협상 대상으로 다루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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