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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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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 “법 앞에 특혜도 성역도 없다”…김건희 여사 소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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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건 원칙·기준 견지”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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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김 여사에게 여러 선물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최재영 목사를 최근 다시 불러 조사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사진)은 3일 김 여사 관련 의혹 수사에 관해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검찰이 김 여사와 대통령실에 대한 조사를 어떻게 하느냐가 수사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장은 이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소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수사팀에서 수사 상황과 조사 필요성을 충분히 검토해 바른 결론을 내릴 거라 믿는다”며 “모든 사건에 있어서 검사들에게,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원칙과 기준을 견지해야 한다는 걸 늘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검사들에게 “바르고 반듯하게, 정파와 이해관계와 신분, 지위와 관계없이 정도만을 걷겠다는 생각을 갖고 임해주기를 꼭 당부하고 믿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해야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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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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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총장은 지난달 30일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김승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부터 수사 경과와 향후 수사 계획 등에 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이 이창수 중앙지검장으로부터 정기 주례보고를 받는 자리에 김 형사1부장이 함께 호출됐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이 부장검사로부터 특정 사건에 대한 보고를 직접 받는 일은 흔치 않다. 이 총장의 높은 관심과 수사 의지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장은 지난달 2일 송경호 당시 중앙지검장에게 김 여사 관련 의혹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하면서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이튿날 형사1부에 검사 3명이 추가 투입됐다. 지난달 말 발표된 고검검사급 인사에서는 인사 대상 중 김 형사1부장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하는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만 유임됐다.

이 총장은 이날 대검에서 수도권 전입 고검검사급들과 만나 “직업(職業) 두 음절 중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큰 차이로 귀결된다”며 “일(업)을 통해 자리(직)를 얻으면 만인의 박수와 축하를 받지만, 자리를 얻으려는 욕심에 업을 하게 되면 사사로움이 개입돼 자신과 검찰과 국가를 망치게 된다”고 했다.

이 총장은 또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라는 성경 구절도 인용했다.

그는 “소금이 짠맛을 잃는 순간 가치 없는 광물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검찰이 공동체의 부패를 막고 사람의 몸에 필수적인 소금 역할을 제대로 다하지 못한다면 결국 쓸모없이 버림받게 되는 것”이라며 “나의 자리가 아닌 나의 일에서 보람과 가치를 찾고 주어진 자리에서 오로지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소금과 같이 제 몸을 녹여 국가를 위한 검찰의 책무와 소명을 다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이어 러시아 시인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이 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있는 것, 현재는 항상 슬픈 것. 모든 것은 한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그리워지나니”라는 시구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수사팀은 최근 사건 관계자들을 잇따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화장품 등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최 목사는 지난달 13일에 이어 31일 검찰에 출석해 11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관련자 조사를 통해 최 목사와 김 여사 사이에 오간 청탁 관련 대화 내용 등 증거 상당 부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 사망 때 국립묘지 안장 등을 부탁했더니 김 여사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소속 과장 등을 연결해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명품 화장품 등을 건넬 때 김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 직원 출신으로 현재 대통령실에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진 관계자 2명도 함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의 진위를 명확히 가리려면 김 여사와 대통령실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김 여사 수사의 속도조절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어서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를 시도할 경우 충돌이 예상된다.

김 여사 직접 조사 여부와 별개로 법리 적용 문제도 검찰이 고심하는 지점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김 여사에 대한 수사와 처벌 모두 녹록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묶어 함께 조사하는 방식으로 난관을 돌파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피의자 신분인데 고발장이 접수된 지 4년이 넘었지만 뚜렷한 수사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정대연·강연주·김혜리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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