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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종부세·상속세 논의 고무적… 여야가 머리 맞대고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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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前 국회의장 인터뷰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22대 국회의원들에게 “당론을 쫓아다니는 노예가 되지 말라”고 말했다. 21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소임을 마친 그는 지난 29일 본지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은 20만명이 뽑아준 건데, 그중에 당원은 5%도, 팬덤은 0.001%도 안 된다”며 “당원이나 팬덤의 노예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각자 진영 논리에 매몰되지 말고 합의점을 찾아 반 걸음이라도 나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21대 국회는 특히 합의 정신이 실종됐다는 평가다.

“강조하고 싶은 네 글자는 ‘헌법기관’이다. 60세 넘은 장관들이 왜 30대, 40대 국회의원들에게 ‘존경하는 의원님’이라고 하겠나. 그 의원 뒤에 20만명 유권자가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도 국민 눈높이에서 상대를 존중하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에 동의하나.

“역대 의장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모두들 ‘큰 정치인은 사라지고 잔챙이만 남아 있어서 안타깝다’고 얘기한다.”

-여야 어느 쪽의 잘못이 크다고 보나.

“다 마찬가지다. 야당은 당내 민주주의를 활성화해서 할 소리를 해야 다양한 국민 의견·입장이 당론에 모여질 수 있다. 여당은 대통령 심기 살피느라 아무것도 못 한다. 대통령에게 ‘노(no)’라고 하지 못하고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하는 여당 지도부를 야당이 어떻게 보겠나.”

-윤석열 대통령과도 여러 차례 만났는데 조언할 게 있다면.

“항간에 ‘윤 대통령은 싫은 소리를 못 참는다’는 소문이 있다. 대통령에게 싫은 얘기 하는 사람은 밤잠 못 자고 고민 끝에 하는 거다. ‘노’라고 말하는 사람을 충신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최근 상속세·종부세 등 세제 개편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여야 모두 세제 개편을 말하는 건 매우 고무적이다. 중소기업 하는 사람들이 상속세 무서워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종부세도 부동산 투기 억제 목적으로 도입됐는데 소득 없이 집 한 채 가진 사람들이 큰돈을 내는 상황이 생겼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 문제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패배하지 않았나. 세제 개혁은 정부·여당이 주도해야 하고, 이참에 여야가 머리 맞대고 고쳤으면 좋겠다.”

김 전 의장은 민주당이 ‘87석’ 소수 야당이던 2011~2012년 원내대표를 지냈다. 물리적 충돌이 일상이던 ‘동물 국회’를 극복하자며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합심해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선진화법을 무력화하며 입법 폭주한다는 지적도 많다.

“(안건조정위 무력화 등) 국민들로부터 비판받아 마땅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지금 국회 대립의 가장 큰 문제는 ‘법제사법위원회’에 있다. 법제위와 사법위로 나누는 안(案)을 우원식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에 제안했다. 여야 동수로 원내지도부와 정책위의장, 상임위원장과 간사가 모두 들어가는 법제위에서 쟁점 법안을 다루고 최대 3개월의 시한을 둬 법안을 처리하자는 취지다.”

-힘을 실었던 선거제 개혁, 연금 개혁도 불발됐다.

“선거제 개혁은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갔는데 물을 못 먹였다. 선거에 임박하면 양당 지도부가 강박관념에 결단을 못 내리더라. 아예 선거일 기준 9개월 전에 확정하도록 절차법부터 만들자고 제안했다. 연금 개혁은 17년간 못 해온 모수 개혁부터 하는 게 맞았다. 연금 고갈연도 늦춰 놓고 공무원연금·군인연금과의 통합 등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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