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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9 (수)

[여적] 대통령의 ‘개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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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2022년 3월1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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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을 할 때다. 미국은 중국을 겨누며 ‘도청과의 전쟁’으로 신경을 곤두세웠다. 내밀한 대화는 휴대전화를 끄라고 했다가, 아예 배터리 분리까지 지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골칫거리는 보안전문가 권고를 무시하고 일반 스마트폰으로 통화하고 트윗을 날려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그해 10월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 아이폰 중 보안장치 없는 개인 아이폰이 중국에 도청됐다고 보도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는 청와대가 도청을 우려해 비화(秘話)폰을 쓴다는 야당 공격에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일반 휴대전화를 사용 중이라고 공개했다가 ‘보안의식 결여’라는 뭇매를 맞았다. 대통령의 통신수단은 이처럼 극도로 민감한 기밀 사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2일 이종섭 국방장관과 세 차례 통화한 게 일파만파를 낳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건 것도 이례적이지만, 개인폰이라는 점에 정치권이 화들짝 놀랐다. 용산·여의도·서초동에서 흘러나오던 윤 대통령의 사적 통화 이야기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대통령의 개인폰 사용은 국가안보를 심각한 보안·경호 위험에 노출시킨다. 도청과 위치추적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만약 대통령 동선이 개인폰을 통해 실시간 추적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비화폰도 모르는 정신 나간 대통령”(박지원 의원)이란 힐난이 무리도 아니다. 기록이 남지 않는 개인폰으로 업무를 하는 것도 문제다. 역대 대통령은 업무지시할 일이 있으면 직접 통화보다는 비서를 시켜 ‘연결’토록 했다. 조선시대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초로 남기듯 일종의 공적 과정을 거치는 셈이다. 여당에선 “대통령의 활발한 소통”이라 엄호하지만, 공사를 구분 않는 개인폰 사용은 ‘음성적 국정’ 이미지만 키워 정부 신뢰를 떨어트린다.

이 정부에선 왜 이리 최고 권력자 주변에서 ‘사적’인 일들이 벌어지는지 우려스럽다. 김건희 여사가 디올백을 받은 공간도 개인 사무실이다. ‘소통을 잘하다’보니 그런 것인지, ‘박절하지 못해서’인지. 그 소통과 박절하지 않음이 왜 박정훈 대령이나 채 상병, 국민을 향하지는 않는지 못내 궁금하다.

김광호 논설위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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