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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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방위군(IDF)이 2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 수십만명이 피란 중인 최남부 도시 라파흐의 중심가에 탱크를 앞세워 처음으로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유엔최고사법재판소(ICJ)가 라파흐 공격 중단 잠정 명령을 내렸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도시 중심부까지 공격을 확대한 모양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이스라엘 탱크가 라파흐 중심부에 처음 진입했다”고 현지 목격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목격자들은 “라파흐 중심부의 랜드마크인 알 아와다 모스크 근처에서 탱크를 봤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이스라엘군은 이집트와 접경한 라파흐 검문소를 장악하면서 라파흐에서 지상전을 개시했다. 이후 3주 동안 라파흐 외곽과 동부 지역에서 지상전을 벌여왔으나, 라파흐 중심부 진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스라엘군이 라파흐 중심부에서 본격적인 시가전을 벌이기 위해 병력을 투입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통신은 “목격자들은 ‘장갑차 안이나 주변에는 즉각적인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고 말했다”며 “이스라엘군의 원격 조종 장갑차를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라파흐에서 도심으로 진격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라파흐 지역’에서 작전 중’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국제 사회는 팔레스타인 난민 수십만명이 밀집한 라파흐 중심부에서 이스라엘군이 본격 시가전을 벌일 경우, 추가로 막대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박멸을 목표로 내걸고 전쟁을 시작한 뒤 가자지구 북부를 시작으로 토끼몰이하듯 남쪽으로 밀고 내려왔다. 이후 가자지구에서 숨진 이들이 3만6000명이 넘는다. 가자지구 피란민들이 남단 라파흐로 몰려들면서 한때 가자지구 전체 인구 230만명 중 절반이 넘는 140만명이 라파흐에 피란했다. 그런데, 이스라엘군이 이달초부터 라파흐 공습을 강화하고 지상전까지 벌이면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 추정에 따르면 100만여명이 다시 라파흐에서 피란을 떠났다. 하지만 여전히 수십만명에 이르는 민간인들이 라파흐를 떠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에는 국제사법재판소가 이스라엘에 라파흐 공격을 중단하라고 명령하라는 등 국제사회 비판도 커졌으나, 이스라엘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을 강화해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6일에는 하마스 대원을 제거한다며 라파흐 서부 탈 알술탄 피란민촌을 공습했고 최소 45명이 숨졌다. 희생자 다수는 민간인이었고 이 가운데 여성 12명, 어린이 8명, 노인 3명이 포함됐다. 국제사회 비난이 빗발치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27일 “무고한 민간인을 해치지 않으려는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밤 비극적인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으나 공격의 고삐는 늦추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이 공격 이후에도 라파흐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26명이 추가로 사망했다”고 하마스가 운영하는 지역의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마지막 남은 대규모 도심 시가전을 벌이기 위해 예열도 마친 상황이다. 이스라엘군은 탱크를 앞세워 라파흐 도심 서부 외곽 주루브 지역에 진지를 구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무장조직간 총격전도 있었다고 현지 주민들은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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