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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로 막을 내리는 21대 국회가 끝까지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이어지며 역대 최악의 '빈손 국회'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21대 국회는 그간 정쟁으로 공전할 때마다 민생·경제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부작용을 막자는 취지로 출범 직후 스스로 '일하는 국회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임기 내내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4·10 총선 이후 한 달 반 동안 여야가 합의 처리한 법안은 1개에 불과했다. 국회에서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
21대 국회가 정쟁에 빠져 입법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지표로 나타났다. 17개 상설 상임위 모두 '일하는 국회법'에서 의무화한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 국회법은 2021년 3월부터 상임위별로 전체회의는 매달 2회 이상, 법안소위원회는 3회 이상 개최하도록 규정했다.
28일 매일경제가 국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를 준수한 상임위는 없었다. 4년 간 가장 적게 열린 상임위는 정보위원회(28회)였다. 운영위원회(39회), 여성가족위원회(46회), 국방위원회(68회), 교육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70회)가 뒤를 이었다. 상임위 성격과 여성가족부의 개점휴업 상태를 감안하면 교육위와 복지위 활동이 특히 부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임기 말인 올해로 범위를 좁히면 매달 2회 이상 전체회의를 개최해 국회법 규정을 지킨 곳은 상임위별 통과 법안을 마지막으로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뿐이었다. 법안소위를 매달 3회 이상 개최한 상임위 역시 없었다. 임기 동안 가장 많이 열린 상임위는 법사위(147회)였고 다음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114회)였다.
'일하지 않는 국회'는 출범 직후부터 예고됐다.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고 단독으로 원 구성을 강행하며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면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들은 개원 두 달 뒤인 7월에야 국회에 복귀했다.
국정감사 기간에도 국회 파행이 반복됐다. 2021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겨냥한 의혹이 정쟁을 촉발하면서 여야가 상임위 곳곳에서 정면충돌했다. 2022년에는 검찰이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당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민주당사를 압수수색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상임위에 일제히 불참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를 대상으로 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반발하면서 상임위 일정을 거부했다.
여야 대치 국면은 임기 말까지 이어졌다. 22대 총선 이후 여야 합의로 처리한 법안은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유일하다. 20대 국회의 경우 21대 총선 후 열린 두 차례 본회의에서 'N번방 방지법'과 '코로나 대응 추가경정예산안' 등 법안 219개가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19대 국회 때도 20대 총선 뒤 여야가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 등 법안 129개를 합의 처리했다. 당시에도 늑장 처리라는 비판은 있었지만 여야가 마지막까지 입법 활동에 완전히 손을 놓지는 않았다.
21대 국회에서는 이날까지 역대 가장 많은 2만5855개 법안이 발의됐지만 9468개 법안만 처리되며 처리율이 36.6%에 그쳤다. 여야 충돌과 공전 반복으로 '동물 국회'라는 오명을 썼던 20대 국회(37.9%)보다도 낮은 수치다. 계류 중인 법안은 1만6394개에 달하며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일하는 국회를 내세우며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정쟁에 매몰돼 과거보다 일은 더 하지 않은 셈이다.
이런 국면은 22대 국회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총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법사위와 운영위 등 핵심 상임위원장을 가져가겠다고 공언하면서 국민의힘과 개원 전부터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은 합의에 실패할 경우 상임위원장을 모두 독식할 수도 있다고 밝힌 상태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대를 역행하는 정당 집단주의가 심해진 실망스러운 국회였다"며 "당론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당론을 따르지 않았을 때 엄청나게 많은 압력이나 징계를 받는 현상이 더 극성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들이 집단주의 족쇄를 벗어 던지고 헌법 정신에 따라 각자 양심으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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